팔레스타인 가자 전쟁의 불똥이 미국 연예계로 번지고 있다.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참상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패션쇼에 참석한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누리꾼들의 반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미국 NBC 방송은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가자 지구 참상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유명인들의 계정 차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수백명의 스타들이 '디지털 단두대'(digital guillotine)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대상에는 팝스타인 셀레나 고메즈, 드레이크, 저스틴 비버와 유명 배우 젠데이아, 리얼리티 TV쇼로 유명한 카다시안 가족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유명인에 대한 반감은 이스라엘의 가자 남부 도시 라파에 대한 군사공격 계획이 발표된 시점과 미국 최대 패션쇼인 '멧 갈라' 개최 시기가 겹치면서 더욱 커졌다.
특히 유명 모델이자 소셜미디어 제작자인 헤일리 칼릴이 프랑스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했다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Let Them Eat Cake)라는 말을 립싱크하는 동영상을 올리자 반발은 분노로 폭발했다. 해당 동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디지털 단두대 운동을 시작한 소셜미디어 제작자 '레이디프롬더아웃사이드'는 "도움이 절실한 사람을 돕기 위해 자신이 가진 어떤 것도 쓰지 않는 유명인과 인플루언서, 부유한 사교계 인사들을 차단할 때"라며 "우리가 그들에게 준 플랫폼과 조회 수, 좋아요, 댓글, 돈을 빼앗을 때"라고 말했다.
멧 갈라 후 1천만명을 넘겼던 칼릴의 팔로워는 990만명으로 줄었다. 소셜미디어 분석업체인 소셜블레이드의 분석에 따르면 차단 목록에 오른 많은 유명인은 '디지털 단두대' 운동이 시작된 이후 하루 평균 수만명에서 수십만명의 팔로워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유명인을 상대로 한 디지털 단두대 운동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우선 멧 갈라 참석자를 중심으로 작성된 계정 차단 목록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멧 갈라에 초대받은 유명인들이 참석 비용으로 7만5천달러(약 1억원)을 지불한다는 것이 오해라는 지적이 많고, 레이철 지글러 등 가자 상황에 목소리를 내온 참석자들도 있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유명인들에게 친팔레스타인 활동의 초점을 맞춰선 안 되며,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가자전쟁과 관련한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유명인이 올린 단 한 편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틱톡 제작자인 유발 벤-하윤이 그의 친구 가족의 가자지구 탈출을 위해 기부를 요청하는 동영상을 올리자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를 통해 24시간도 되지 않아 목표액인 20만달러(약 2억7천만원)를 달성할 수 있었다.
디지털 단두대 운동 이후 여성 래퍼 리조나 인플루언서 크리스 올슨처럼 몇몇 스타는 가자지구 민간인과 구호단체에 기부를 독려하는 동영상을 처음으로 게시하기도 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곧바로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지만, 일부는 디지털 단두대 운동 효과의 증거라고 언급하면서 해당 스타들을 칭찬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