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투척'에 급소 맞은 기성용…인천 구단 사과

입력 2024-05-12 14:55


프로축구 K리그1에서 흥분한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집단으로 물병을 투척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구단 측이 곧바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가운데,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FC서울의 '경인 더비'는 매우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경기 내내 양 팀 선수들은 거친 몸싸움과 신경전을 펼쳤고, 인천의 제르소가 서울 최준을 세게 밀쳐 곧바로 퇴장당하기도 했다.

거센 바람과 장대비에도 식지 않고 과열되기만 하던 그라운드는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린 뒤 폭발해버렸다.

경기 뒤 인천 서포터스를 향해 서울 골키퍼 백종범이 포효하며 주먹을 내지르자 흥분한 인천 서포터스가 물병을 내던져 아수라장이 됐다.

인천 선수들도 만류하고 나섰지만, 수십 개의 물병이 계속 날아들었다. 이 와중에 서울 주장 기성용이 날아온 물병에 급소를 맞고 쓰러져 고통스러워하기도 했다.

선수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상황이 펼쳐진 만큼 징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경기 감독관 보고서와 감독관 회의 결과를 검토하고 구단 경위서를 제출받은 뒤 본격적인 징계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어떤 수준의 징계가 내려질지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사례를 종합해보면 최소 벌금 1천만원 이상의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프로연맹은 관중 소요 사태에 대해 제재금 징계를 내릴 경우 '500만원 이상'을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물병 투척으로 징계가 내려진 최근 사례는 지난해 12월 수원 삼성의 강등이 확정된 리그 최종전에서 수원 팬들이 경기 뒤 연막탄과 페트병을 그라운드로 던진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는 당시 수원에 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9월에는 대전하나시티즌이 역시 물병 투척으로 1천만원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에서는 심판이 관중이 던진 페트병이 맞았고, 비교적 고액의 징계가 내려졌다.

최근 10년간 비슷한 사건들을 보면, 제재금의 수위는 수백만 원에서 1천만원 사이였다.

이번에는 이보다 많은 제재금이 인천 구단에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흥분한 관중이 집단으로 대량의 이물질을 그라운드에 투척한 건 건전한 관람 문화가 정착하는 프로축구에서 근래 매우 보기 어려웠던 장면이기 때문이다.

다만 제재금과 별도로 홍 관중 출입을 막는 '무관중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무관중 징계는 K리그에서 지금까지 두 차례 있었는데, 관중이 상대 선수들을 라커룸에 감금하거나(2017년 8월 부천FC) 경기장에 난입해 마스코트를 폭행(2012년 3월 3월 인천)하는 등 보다 직접적인 가해 행위를 했을 때 내려졌다.

이번에도 무관중 징계보다는 벌금 징계만 내려질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다.

인천 구단은 잘못을 '100%' 인정하고 있다.

전달수 인천 대표이사는 사과문을 내고 "(우리 구단은) 선수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나 순식간에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해 관람객과 선수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사과했다.

이어 "물병 투척과 관련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이사는 프로연맹에도 직접 전화해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