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가수 누구 와?"...대학, 섭외비에 '휘청'

입력 2024-05-11 08:56


대학가가 5월 축제 시즌을 맞이하면서 '인기 가수 섭외전'이 치열하다. 일각에서는 대학 축제가 아이돌 콘서트로 변질해 섭외비 부담만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는 지난 7∼9일 봄축제를 열었고 이화여대와 한국외대(서울캠퍼스)도 각각 8∼10일과 8∼9일 축제를 했다. 서강대·숭실대는 이달 중순, 고려대·연세대·한양대·경희대·중앙대 등은 이달 말 축제를 열 예정이다.

최근 대학 축제는 '어떤 연예인이 오는가'가 가장 화제가 되기에 매년 이맘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서울 대학 축제 라인업'이라는 이름의 게시글과 공연한 가수를 촬영한 '직캠' 영상이 올라온다.

한국외대는 올해 축제에 싸이와 아이돌그룹 아일릿을 섭외했다. 경희대는 데이식스·비비·실리카겔·이승윤, 동국대는 싸이·데이식스·10cm가 온다.

서울 시내 대부분 학교는 축제 비용으로 1억5천만∼3억원 정도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학교가 부담하는 교비, 재학생이 납부한 학생회비, 졸업생 및 주변 상인 등의 후원금으로 감당한다. 재원은 해마다 줄어들지만 한 팀에 수천만 원씩 하는 연예인 섭외 비용은 해마다 오르고 있다.

한양대 총학생회가 지난해 상반기 발표한 자금 운용 현황에 따르면 작년 축제 전체 지출 중 '아티스트 섭외비'가 49.75%를 차지했다. 여기에 무대 설치 및 진행비 25.31%를 합치면 전체 예산의 4분의 3이 공연에 쓰인다.

한 서울 시내 대학 총학생회 임원은 "축제가 학생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있고, 누가 오느냐에 따라 안팎에서 바라보는 축제의 '급'이 달라지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가수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아예 축제를 외부 업체에 맡기는 학교도 많다. 연예인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게 돼버린 축제를 학교나 학생회 자체 역량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달청 나라장터를 보면 경희대는 올해 축제 행사 대행업체 입찰 조건에 '정상급 힙합 가수 1팀', '최정상급 아이돌 1팀', '정상급 밴드 가수 1팀', '최정상급 가수 1팀', '정상급 아이돌 1팀' 등을 내걸었다.

예산이 부족해 결국 축제를 취소하는 대학도 있다.

국민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 "봄축제를 추진하기 위해 지속해 논의했으나 비대위 체제로 인한 예산 감소 및 인력 부족 등의 사유로 진행이 무산됐다"고 알렸다.

대학 축제를 바라보는 재학생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건국대 4학년 윤지선(25)씨는 "대학 간 라인업 경쟁 때문에 서로 더 인기 있는 가수를 섭외하려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예산이 낭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축제보다는 노후화한 학교시설 보수나 '천원 학식' 등 학생복지에 더 신경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연세대 1학년 손민수(21)씨는 "가수 초청으로 외부인 방문이 증가하면 각 학과 주점의 매출이 오르고, 이는 곧 재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온다고 생각한다"며 "대학 생활의 낭만을 충족시키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했다.

대학 축제를 학생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 학생회 관계자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주점이나 부스, 학생들의 자체 콘텐츠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며 "연예인 섭외 명단으로 학교의 네임밸류를 가르고 축제의 질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