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의 무덤에서 발견된 청동거울 조각은 지금으로부터 2천여 년 전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문화재재단은 경주시 서면 사라리 124-2번지 일대에서 널무덤 2기와 덧널무덤 2기, 청동기 및 삼국시대 생활 흔적을 발굴 조사했다고 8일 밝혔다.
덧널무덤 1곳에서는 청동거울 조각과 나무로 된 칠기, 옻칠한 나무 칼집에 철검을 끼운 형태의 칠초철검(漆?鐵劍) 등이 출토됐다. 청동거울 조각은 무덤에 묻힌 피장자의 가슴 부근에서 발견됐다.
거울 조각을 복원하면 지름이 17.5∼18㎝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 마모된 흔적이 있어 피장자가 오래 소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발굴 조사를 담당한 이도현 팀장은 "보통 청동거울은 동그란 원형이지만 발굴 현장에서는 조각 1점만 출토됐다. 그간 국내에서 나온 청동거울과 비교하면 같은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각에서는 '승지가'(承之可)라고 새긴 명문 일부가 확인됐는데, 일본에서 발견된 청동거울에도 같은 명문이 새겨져 있었다.
후쿠오카(福岡) 다테이와(立岩) 유적의 한 독널무덤에서는 중국 전한 시대(기원전 202년∼기원후 8년)에 만든 것으로 여겨지는 거울인 청백경(淸白鏡)이 출토됐다. 이 거울에도 '承之可' 글자가 있었다. 이 청백경의 지름은 17㎝ 안팎으로, 사라리 무덤에서 나온 것과 비슷하다고 재단은 전했다.
재단 측은 "전문가 자문 결과 명문, 글자 형태 등이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알려진 사례가 없는 청백경이 사라리 유적에서 처음 출토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도현 팀장은 역사적 배경, 유물 성격 등을 볼 때 "(한나라 무제가 기원전 108년 동쪽 땅에 설치한) 낙랑을 통해 '청백경'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무덤에서는 기원전 1세기경부터 확인되는 청동거울인 성운문경(星雲文鏡) 조각 1점과 옻칠 흔적이 남은 칠기류, 청동기 조각 등도 나왔다.
재단 관계자는 "무덤 피장자는 당시 상당한 권력을 가졌던 인물로 판단된다. 기원전 1세기 당시 권력자의 존재를 입증하는 유물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경주 사라리 130호 무덤은 원삼국시대의 수장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이다. 재단은 이번에 발굴한 덧널무덤 등이 400∼500m 떨어진 경주 사라리 130호 무덤보다 최대 100년 앞서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단은 "경주 북서쪽 일대에 최소 기원전 100년 이전에 정치 세력 집단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초기 신라의 정치집단 세력을 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