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IPO 최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이 코스피에 입성했죠. 거래 첫날 40%대 상승률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모회사 HD현대는 사뭇 다른 분위기군요?
HD현대마린솔루션은 11만 9,900원으로 첫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공모가 8만 3,400원과 비교하면 3만 6,500원, 44% 비싸죠. 시가총액 5조 2천억 원으로, 70위권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모회사 HD현대는 어제 종가 보다 소폭 오르며 출발했지만 하락으로 돌아섰고요.
눈길을 끄는 건 정기선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 소식입니다. 전 거래일 장이 끝난 뒤 HD현대의 공시를 통해 알려졌는데요. 정 부회장은 HD현대 주식 6만 7천여 주를 사들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3거래일간 장내매수를 통해서였는데요. 이로써 정 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5.35%로 0.09%포인트 늘었습니다.
HD현대마린의 경우 해외 기관 투자자 물량 99.9%가 미확약, 즉 언제든지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뜻이죠. 상장일 효과를 걷어내면, 앞으로 주가 방향을 가를 요인이겠군요. 이 와중에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지분을 늘렸다는 건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불안정한 주가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HD현대 주가는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에 발목이 잡혔죠. 올해 2월 7만 원대였던 주가는 지난달 장중 6만 원이 깨지기도 했습니다. 최근 한 달 하락률만 10%에 달하고, 연초와 비교해 보면 1%대 올랐습니다. 올들어 지주사가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며 랠리에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죠.
HD현대 주주들이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이 불만인 이유입니다. HD현대는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 62%를 갖고 있죠. 게다가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가까이 늘었는데요. 매크로 환경도, 실적도 좋은데 주가가 지지부진한 건 HD현대마린 탓이란 거죠.
중복 상장 문제는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에도 포함됐죠. '모회사의 주식가치를 훼손시킨다'와 '상장으로 마련한 투자금이 장기적인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곤 하죠. HD현대의 대책은 있습니까?
쪼개기 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죠.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나온 직후라 제도 실효성과 묶이며 HD현대로선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확정되면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일각에서 자사주 매입 등으로 겸사겸사 그룹 장악력을 키우려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금투업계에서는 상장 시도가 있었던 HD현대오일뱅크의 재추진 가능성도 높게 봅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가 지분 74%를 들고 있는 알짜 자회사죠. 앞서 HD현대그룹의 중간 지주사 격인 HD한국조선해양 역시 HD현대중공업 상장일에 11% 급락한 바 있는데요. 반복되는 쪼개기 상장으로 주주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자들을 달랠지, 비상장계열사들의 증시 입성은 또 어떻게 정리될지 관심이 커집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