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한 외환 당국의 대응 조치에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60억달러 가까이 줄며 6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외환보유액이 한달 만에 다시 줄었지만, 한은은 "대외충격에 대응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32억6천만달러(약 561조6천억원)로, 3월 말(4,192억5천만달러)보다 59억9천만달러 감소했다.
올해 들어 외환보유액은 미국 달러화 강세로 1월과 2월 줄었다가 3월 석 달 만에 반등했지만,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0월(4,128억7천만달러) 이후 반 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 분기 말 효과 소멸에 따른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 환산액 감소 등이 겹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돌파하는 등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외환당국이 원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푼 것으로 보인다.
원화가치는 통상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급등락세가 심해질 경우 당국이 외화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을 사용해 달러를 사거나 팔아 시장을 안정시킨다.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에는 국민연금과 한은 간 외환 스와프 협약에 따른 달러 공급도 포함된다.
아울러 3월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지표 충족을 위해 일시적으로 늘어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도 다시 줄었고, 미국 달러 가치가 상승한 만큼 반대로 달러로 환산한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가치는 하락했다.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예치금(188억5천만달러)이 전달보다 116억9천만달러, IMF(국제통화기금)에 대한 특별인출권(SDR·146억4천만달러)이 6천만달러 각각 축소됐다.
하지만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706억1천만달러)은 57억3천만달러 늘었다.
금의 경우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천만달러를 유지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3월 말 기준(4,193억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2,457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2,906억달러)과 스위스(8,816억달러), 인도(6,464억달러), 러시아(5,904억달러), 대만(5,681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52억달러), 홍콩(4,235억달러)이 뒤를 이었다.
한은은 이날 외환보유액을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수준"이라는 내용의 설명자료도 냈다.
한은은 "현재 외환보유액은 국내총생산(GDP)의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20년 기준 17.5%)을 상회한다"며 "세계 9위 수준으로 외부충격에 대응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 "환율이 급상승했던 2022년 9월과 비교해도 국내 경제의 기초 체력이 탄탄하고, 외채나 외환보유액도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