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소환...윗선 개입 물을듯

입력 2024-05-04 10:34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4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을 소환했다.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김 사령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오전 9시42분께 공수처에 출석한 김 사령관은 취재진들이 '박정훈 대령에게 VIP(윤석열 대통령)가 격노했다는 말을 전한 적 있느냐', '이첩 보류 지시가 대통령실 뜻이라는 말 들은 적 없느냐' 등 질문을 했지만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윗선의 외압이 가해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박 전 단장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려 했는데, 이를 보류시킬 목적으로 혐의자를 2명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등 윗선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 전 단장은 당초 지난해 7월 31일 조사 결과를 언론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이틀 뒤 관련 자료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려 했지만, 김 사령관은 이첩 시기를 해외 출장 중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귀국한 이후로 보류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단장은 이 전 장관 지시로 브리핑이 취소된 후 김 사령관이 "국방부에서 경찰 인계 서류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고 한다"면서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정말 VIP가 맞느냐"고 묻는 말에 김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박 전 단장은 주장했다.

이 대화가 이뤄진 날 김 사령관은 당시 박진희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과 임기훈 국가안보실 비서관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령관은 군검찰 조사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박 전 단장이 항명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혼자 지어내고 있는 얘기로 보인다"며 "VIP 언급 자체를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인계할 서류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고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김 사령관은 누군가에게 지침을 받거나 들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을 상대로 'VIP 격노' 발언의 진위, 이 전 장관 등 국방부 윗선으로부터 받은 지시 내용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이날 200여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는 김 사령관, 이 전 장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꼽힌다.

지난해 8월 박 전 단장과 더불어민주당이 이 전 장관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고, 공수처는 올해 1월 김 사령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이후 확보한 자료 포렌식 작업을 거쳐 지난달 말부터 유 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차례로 부르며 피의자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후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