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구 천만 시대를 앞두고 실버타운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노후를 보내겠다는 것은 옛말이 됐는데도, 여전히 인구감소 지역에 실버타운 공급을 집중할 방침입니다.
양현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의 한 건물.
고급 빌라처럼 보이지만 노인들이 모여 사는 실버타운입니다.
25평 기준 최소 보증금이 10억 원에 달하고 관리비도 매달 40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그런데도 입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대기만 2년이 걸립니다.
지하철역이 가까운 데다 복지시설 등을 고급화한 전략이 통한 겁니다.
[정수진 / 84세: 여기는 자기가 부지런하고 시간만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가 있어서…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그게 너무 좋아요.]
노인인구가 900만 명을 훌쩍 넘어서며 실버타운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공급 속도를 맞추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바로 '분양형 실버타운'입니다.
하지만 인구감소 지역에 한해 시설을 허용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의료시설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주변 연계성이 좋은 도심지를 원하는 수요와 동떨어진다는 겁니다.
이런 정책은 노인 복지 차원에서도 불리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실제로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도심 지역에서 벗어날수록 주택 가격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노후 자금 유동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용만 /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현재 정책 상으로는) 일정 금액 이상의 경우 주택연금으로 유동화도 안 되고 그리고 다운사이징도 안 되고…]
노인들이 선호하는 도심에 실버타운을 짓고 싶어도 용도에 부합하는 땅을 구하기도 힘든 게 현실입니다.
[이기동 / 더시그넘 하우스 부사장: 노유자 시설 공급이 안 됩니다. 땅이 있어야지 사업성 검토를 해보는데 땅이 공급이 하나도 안 돼요.]
노인인구 천만 시대, 초고령 사회에서 노인을 위한 주택 정책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