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죽였다" 고백에 '개판' 된 美 대선

입력 2024-04-28 18:54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공화당 거물 여성 정치인이 회고록에서 강아지를 죽인 사실을 공개해 애견인이 많은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유력시되는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가 다음 달 출간할 회고록 발췌본을 입수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엄 주지사는 '노 고잉 백'(No Going Back)이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크리켓'(Crichek)이라는 이름의 14개월 된 강아지가 지나친 공격성을 보여 자갈밭에서 총으로 쏴 죽였다고 털어놨다.

크리켓이 흥분해 새를 쫓는 바람에 사냥을 망치는데다 민가의 닭들을 물어뜯고 주인인 노엄 주지사까지 물려고 했다는 것이다.

노엄 주지사는 크리켓이 "훈련받은 암살자"처럼 행동했다며 "그 개가 싫었다. 내가 접촉하는 모든 사람에게 위험하고 사냥개로서 가치가 없다"고 적었다.

결국 크리켓을 죽였다며 노엄 주지사는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노엄 주지사가 회고록에 이 내용을 넣은 것은 결단력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노엄 주지사는 또 회고록에 기르던 염소 한 마리가 냄새가 심하고 자기 자녀들을 따라다녀 총으로 쏴 죽인 사실도 적었다.

이 보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잔인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은 정치권까지 이어졌다. 로이터 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노엄 주지사를 겨냥해 "소름 끼치고 충격적이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또 "여러분이 잔인하게 애완동물을 죽인 것을 자랑하지 않는 선출직 공직자들을 원한다면 민주당에 투표하라"고 했다.

11월 대선에 출마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캠프는 엑스(X·옛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백악관에서 독일산 셰퍼드 '커맨더'를 산책시키는 사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강아지를 안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노엄 주지사가 소속된 공화당 진영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는 엑스에 "당신은 개를 총으로 쏜 다음에 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적었다.

노엄 주지사는 개를 죽인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엑스에 "우리는 동물을 사랑하지만 이처럼 힘든 결정은 항상 농장에서 발생한다"며 "슬프게도 몇주 전에는 우리 가족과 25년 동안 함께 한 말 3마리를 안락사시켰다"고 썼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