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에도 한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릿고개가 길어지자 주식이나 땅, 건물 등 돈이 될만한 자산들을 팔아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박승원 기자입니다.
의료기기 전문기업 플라즈맵은 최근 대구광역시의 토지와 건물을 57억원에 양도한다고 밝혔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기존 공장설립 계획 변경에 따른 것이지만, 지난해 2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데 따른 유동성 확보 차원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적이 부진하거나 현금성자산이 부족한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중인 경남제약은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경영권을 인수한 기업을 1년여 만에 다시 매각에 나섰습니다.
현금성자산이 3년 연속 급감한 신약개발 전문기업 뉴지랩파마와 배양 배지 전문기업 엑셀세라퓨틱스도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보유중인 사옥을 팔거나 토지 매각에 나섰습니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닥친 투자 한파가 올해부턴 다소 풀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투자 혹한기가 이어진 영향입니다.
실제 지난해 벤처캐피털(VC) 신규 투자액은 지난 2021년 대비 반토막이 났고,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 역시 감소하는 등 투자 유치와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겁니다.
부동산이 없는 기업들의 경우 장비를 팔아 연구개발과 운영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운영하는 '바이오 장비 직거래 마트'를 통해 최근 6개월간 50여건에 달하는 제품이 등록돼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업 나름대로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투자 환경 개선이 쉽지 않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
기업의 운영비 가운데 연구개발(R&D)에 대한 재정적 지원, 메가펀드의 규모 확대, 세제 혜택 등 정부는 물론 국회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 메가펀드나 R&D 지원을 통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시켜줘야 합니다. 결국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투자했을 때 인센티브나 세제 혜택이 연쇄적으로 같이, 정책적인 제안이 나와야 선순환적으로 가는데…]
고금리에 고환율, 고물가 등 '3고 악재'로 투자 혹한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힘겨운 버티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
촬영 : 김성오, 편집 : 김나래, CG : 심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