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상호금융사인 신용협동조합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과도한 퇴직금 지급을 제한하는 내용의 표준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협의 지역조합들이 자체적으로 이 규정을 수정해, 대상자가 아닌 임원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슬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부산의 한 신협조합에서 전무로 근무했던 A씨.
A씨는 지난해 같은 조합의 상임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무려 3억3천만 원의 명예퇴직금을 받았습니다.
신협은 신용협동조합법 표준규정 중 임의규정을 통해 한 조합의 직원이 같은 조합의 상임이사장 또는 상임임원으로 가는 경우 퇴직금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금융감독원이 신협중앙회 종합감사에서 "퇴직 후 같은 조합의 상임임원으로 선임돼 근로계약이 사실상 연장되는 자에게 명예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 데 따른 개선조치입니다.
하지만 당국의 권고로 마련된 이 규정들은 사실상 지역조합에선 무용지물입니다.
통상 신협조합이 준수해야 하는 표준규정은 의무규정과 임의규정으로 구분되는데, '직원퇴직급여 및 재해보상규정'은 임의규정에 속해있어
당국이나 중앙회의 승인 없이 지역 조합의 이사회 승인만 받으면 해당 조합의 사정에 맞게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부산의 이 신협은 명예퇴직수당을 받을 수 있는 조건 두 가지를 충족해야 하는 규정을 둘 중 하나만 충족해도 가능하도록 수정했고,
같은 조합에서 상임임원으로 갈 때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조항에 '조합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경우에는 받을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추가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 (임의규정은) 그 안에서 조합이 할 수 있다, 조합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구성이 돼 있거든요.]
당국의 권고에 반하는 내용으로 규정을 수정해도, 지역 조합의 이사회만 설득하면 승인이 가능한 구조인겁니다.
최근 상호금융조합에 대한 횡령이나 편법대출과 같은 도덕적 해이, 여기에 건전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만큼,
당국의 권고도 무시하고 자체적으로 규정을 수정할 수 있는 조합 이사회의 막강한 권한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장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