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계속 오르네"...현대차·기아 1분기 실적 상향

입력 2024-04-17 14:40
수정 2024-04-17 15:46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쓴 현대차그룹이 오는 25일께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는 경기둔화와 전기차 쇼크로 판매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는데 당초 예상보다 더 좋은 성적표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산업부 이서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증권가에서 현대차·기아의 1분기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했죠.


증권사 전망치를 종합하면 현대차의 올 1분기 매출은 40조원, 영업이익 3조 7천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 2%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당초 제시됐던 증권가 컨센서스(3조 6,202억원)를 상회한 수치입니다.

기아 역시 매출은 지난해보다 2.8% 증가한 24조원, 영업이익은 2.2% 감소한 2조8천억원 수준으로 시장 기대치를 넘길 것으로 관측됩니다.

주목할 것은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입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9%대 중반, 기아는 11%대 중반으로 역대급 실적을 썼던 지난해의 높은 마진율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전기차는 물론 전반적인 자동차 수요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는데 현대차의 실적이 좋은 이유는 역시 환율 때문일까요?


일차적인 원인은 높은 원·달러환율입니다.

현대차의 판매 비중은 내수와 수출이 20대 80으로 수출이 4배 이상 많습니다. 그만큼 환율은 판매와 실적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라고 볼 수 있는데요.

지난해말 현대차는 환율 1,270원을 기준으로 올해 사업계획을 세운 바 있습니다. 당시만해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1분기 원달러환율은 1,300원 중반을 넘어섰고 어제는 장중 1,400원선을 터치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가 설정한 기준 환율보다 무려 100원 더 높은 수준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는 겁니다.

원화약세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데다 달러로 낸 수익을 원화로 환산하면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어 현대차와 같은 매출 구조를 가진 기업엔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입니다.

실제 현대차의 1분기 판매를 보시면 우려했던 대로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16.1% 급감했습니다.

반면 해외 수출이 5% 가까이 늘면서 글로벌 전체 판매는 1% 정도 소폭 감소하는 선에서 방어했습니다.


환율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움직인 건데 현대차의 판매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군요.


현대차는 환율 수혜를 최대로 누릴 수 있는 북미향 수출을 확대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 중 북미 지역으로 수출하는 비중은 59% 정도였는데 올초(지난 1~2월) 66% 까지 크게 늘렸습니다.

그 결과 현대차의 북미 지역(미국·캐나다·멕시코) 수출량(18만 9,732대)은 전년보다 (15만 4,751대) 3만대 이상 늘면서 역대 1분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특히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모델이 판매 증가를 견인한 점도 주목해볼만 합니다.

실제 올 1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는 1만 3천여대로 지난해(8,623대)보다 62% 늘었습니다.

지난해는 현대차가 EV9과 아이오닉6 등 플래그십 모델로 북미 공략을 본격화했던 시점이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전기차 빙하기 속에서 신장세를 유지한 것은 고무적이란 평가입니다.


미국 금리인하는 점점 멀어지는 분위기인데, 상황이 이렇다면 현대차의 올해 실적도 기대해 볼 만 하겠군요.


환율은 현대차에 우호적입니다.

증권가에서는 환율이 10원 오르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천억~3천억 원, 국내 생산량 중 해외 수출 비중이 더 큰 기아의 경우 3천억~4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다만 글로벌 경기둔화와 전기차 캐즘, 즉 수요위축 기조는 올한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마냥 낙관할 수는 없습니다.

또 세계1위 자동차 메이커이자 현대차의 최대 경쟁자인 도요타도 변수입니다.

일본 엔화는 역사적 저점에 도달해 있지 않습니까. 원화보다 환율 효과는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도요타는 올들어 북미 지역 재고를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엔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현대차와 같은 전략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