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5년 만에 누적 기준 엔진 1만대 생산을 달성했다고 15일 밝혔다. 1만번 째 엔진은 공군 TA-50 훈련기의 F404 엔진이다. 한화에어로는 이를 기점으로 독자 항공엔진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방문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공장은 생산핵심 거점이다. 현장에선 F404 엔진 출하 전 마지막 점검이 한창이었다. 시험실은 이중구조로 돼있었다. 엔진이 거치돼 있는 넓은 공간이 있고, 벽 넘어 제어·계측 설비가 있었다. 엔진 시험동엔 이런 시험실이 총 7개가 있었다.
제어 설비가 있는 쪽 작은 창으로 엔진을 볼 수 있었다. 담당 직원이 서서히 레버를 당기자 엔진출력이 점점 높아졌다. 파란 불꽃이 일어나더니 이내 음속을 돌파할 때 발생하는 소닉붐이 보였다. 시험동 밖에선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방음·방진·방폭 설계가 된 덕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9년 공군 F4 전투기용 J79엔진 창정비 생산을 시작으로 45년간 항공기와 헬기, 선박 등에 탑재되는 엔진 등 모두 1만대를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엔진 설계 및 해석, 소재 및 제조, 시험 및 인증 등 항공엔진 전반에 걸친 기반 기술과 시스템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유도미사일엔진, 보조동력장치(APU) 등 1,800대 이상의 엔진은 독자기술로 개발해 생산했다. 또 총 5700대의 엔진을 유지·보수·정비(MRO)하는 등 엔진 설계부터 소재 및 제조, 사후 관리까지의 통합 역량을 보유했다.
이날 공개한 창원1공장 조립라인에선 작업자들이 소형무장헬기(LAH) 엔진 등을 조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00% 수작업으로 조립하는 방식이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부품은 프라모델 키트처럼 GE에어로스페이스나 P&W, 롤스로이스 같은 엔진제작사에서 보내준다고 설명했다. FA-50 엔진의 경우 주요부품 500여 종 가운데 36%는 국산화에 성공해 한화에어로가 직접 만든다.
항공엔진은 내부온도가 섭씨 2,000도가 넘는다. 대부분의 금속은 녹는점이 1,500도 안팎이다. 이 때문에 특수 합금 소재를 써서 만든다. 이 소재들은 일반적인 철을 가공하는 도구로는 가공되지 않는다. 난삭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밀하게 가공해야한다. 공차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수준인 0.01밀리미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공엔진 OEM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역량을 갖췄다고 자평하는 이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만 번째 엔진 생산까지 축적한 역량으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와 함께 2030년 중후반까지 KF-21 엔진과 동급 수준인 15,000파운드급 엔진의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기반으로 무인기, 민항기 엔진 등을 추가로 개발한다는 중장기 전략이다.
또 KF-21의 엔진 생산과 6세대 전투기 엔진의 개발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공장도 증설한다. 2025년까지 약 400억원을 투자해 5,000평 규모로 조성되는 엔진 공장은 IT 기반의 품질관리와 물류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공장으로 지어진다.
한화 측인 밝힌 전투기급의 독자 엔진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주국방과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2029년께 약 150조원이 넘어설 전망인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광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은 이날 사업전략 발표에서 “개발비는 5조~6조원으로 추산되지만 개발 성공시 연간 37조원의 생산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지난해 매출 5조 6,796억원에서 2032년 20조원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래 전장의 판도를 뒤흔들 6세대 무인전투기는 미사일로 분류돼 국가 간 기술이전이 통제된다. 돈을 줘도 사올 수 없는 기술인만큼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항공엔진을 독자기술로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6개 국 뿐이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5일 창원1사업장에서 ‘항공엔진 1만대 출하식’을 진행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영상을 통해 “항공엔진은 극소수의 국가만 보유한 첨단기술의 집약체이자, 항공우주산업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핵심기술”이라며 “한화가 그동안 축적한 기술은 대한민국 국방력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축사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페이스 대표는 “육해공군, 정부 및 참여업체 모두의 힘을 모아 해외에 의존했던 항공 엔진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대한민국 항공산업과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