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줄자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요 통화 가운데서도 원화 가치가 유독 하락하고 있다.
전날 오후 3시 55분 기준 달러 대비 주요 31개국 통화 가치의 변화를 의미하는 스팟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원화 가치는 지난달 29일 대비 2.04% 떨어져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고 13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루블(-1.69%), 이스라엘 셰켈(-1.54%), 브라질 헤알(-1.54%)보다도 하락률이 높다. 일본 엔화 가치 하락률은 1.26%였다.
일본에서는 최근 엔/달러 환율이 약 34년 만에 최고치인 153엔대까지 치솟아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1,375.4원을 기록해 17개월 만에 최고치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말 종가(1,288.0원) 대비 6.78% 오른 것이고, 지난달 말 종가(1,347.2원) 대비로도 2.09% 상승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375원 선을 넘긴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8∼2009년,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킹달러' 현상이 나타났던 2022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 달러 가치 자체의 강세로 인한 영향이다.
미국 고용시장이 강한 와중에 전망치보다 물가 상승률 지표가 웃돈 영향으로 투자자들은 6월 대신 7월이나 9월 첫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연내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기대도 0.25%포인트씩 3차례에서 1∼2차례로 줄어드는 분위기다.
미국 고금리 장기화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유로화·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105.6을 찍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가 절하 압력을 받는 가운데 원화는 이들과 동조화 흐름을 보여 약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10회 연속 동결했던 전날 하루에만 0.8%가량 올랐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과 달러화 표시 부채에 대한 상환 부담 증가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위험자산 기피 등에 따른 한국 증시 약세와 한국은행의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적 입장이 전날 환율 상승의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은행은 기술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388원에 접근할 수 있으며 오버슈팅할 경우 1,400원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다만 현 환율 수준도 이미 높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1,400원을 터치하더라도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