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거래시간을 늘리고, 글로벌 금융기관에도 문호를 넓히는 외환시장 개방 조치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금융권에서는 딜링룸을 확장하고, 인력을 채용하며 관련 준비에 한창인데요
해외자금이 우리 시장에 대규모로 유입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외환시장이 큰손 외국인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전범진 기자입니다.
[기자]
외환시장이 오는 7월, 1997년 변동환율제 시행 이후 27년만에 확대 개편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외환거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거래가 가능했고, 해외 금융사들은 국내 중개사를 경유하지 않으면 참여가 불가능했습니다.
환 시장의 안전성을 추구하기 위한 조치지만, 30년 사이 무역규모가 4배 확대되고 자본시장도 선진화된 점을 고려하면 외환시장이 지나치게 후진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정부는 오는 7월부터 거래시간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로 늘리고, 당국의 승인을 받은 해외소재 외국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도 허락하기로 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준비가 한창입니다.
하나은행은 국내 최대 규모의 24시간 딜링룸을 개관했고, 신한과 농협은행은 외환 딜러를 추가 채용해 야간 거래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개방조치를 통해 외국인의 원화 투자가 수월해져 증시와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금융사들의 해외영업망이 개선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의 원화 시장 진입이 가능해져, 당국의 감시가 불가능한 역외선물환시장이 원화 현물환 시장보다 커지는 기형적인 현상도 이번 기회에 바로잡힐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조치가 한국이 글로벌 주식형 펀드의 90%가 추종하는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옵니다.
현재 신흥국지수에 편입된 있는 한국이 선진국 지수로 이동할 경우, 금융권에서는 향후 최대 60조원의 추가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MSCI는 해외 외환시장에서도 원화가 거래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국내만 개방하는 이번 조치로는 아직 편입을 확신할 수 없다는 평가입니다.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해외의 투기성 자본이 환 시장을 왜곡시키고, 거래량이 적은 야간 시간대에는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변동성 확대가 오히려 시장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외환보유고가 풍부한 상황에서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환율 왜곡은 일어날 수 없다는 반론을 제기합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가 외환 부족 국가를 이미 10년 전에 탈피해 지금은 해외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럴 때는 환율이 등락을 해줘야 경제 안정화 기능을 하는 가격 변수로서 작용을 하게 되거든요
27년만에 빗장을 여는 외환시장.
당국과 금융권 양측의 철저한 대비로 시장 선진화라는 과실은 취하고, 역효과는 방지할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경제TV 전범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