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멸종 추모하며"…'피오르 장례식' 뭐길래

입력 2024-04-08 05:11
수정 2024-04-08 05:12


덴마크에서 심각한 수질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기 위한 이색 행사가 열렸다고 AFP 통신이 7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전날 덴마크 동부 '바일레 피오르' 인근에서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른바 '피오르 장례식'을 치렀다.

피오르는 수만 년에 걸친 빙하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계곡으로 이곳에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채운 지형이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의 특색 있는 자연경관으로 꼽힌다.

그린피스와 행사 참석자들은 22㎞ 길이의 바일레 피오르에 산업·농업 폐수가 계속 유입되면서 수질이 완전히 오염됐다고 주장했다.

그중에서도 축산농가에서 쓰는 비료 속 질소가 흘러든 탓에 수중 용존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수중 동식물이 거의 멸종됐다는 것이다.

한 지역 주민도 "30년 전에는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완전히 오염됐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관할 시청에서 바일레 피오르에 설치한 수중 감시 카메라에도 70시간 동안 물고기 1마리만 포착됐다.

이날 '장례식'에서 주최측은 오염된 바일레 피오르 물을 담은 투명한 관을 마련했다. '바일레 피오르, 이곳에 영면'이라는 글귀를 새긴 묘비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외해 접근이 제한적인 덴마크 지형 특성 탓에 다른 연안 역시 수질 상황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전에 실시된 한 연구에서 덴마크에 있는 전체 109개 해안 지역 가운데 5곳만 '건강한 환경'을 유지 중인 곳으로 분류됐다고 AFP는 짚었다.

스티그 마르카게르 덴마크 오르후스대 교수는 "산소 부족으로 동식물이 멸종했기에 바일레는 '죽은 피오르'"라며 "범인은 돼지와 소(를 키우는 농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덴마크 농업계가 유럽연합(EU) 규정 준수를 위해 향후 3년간 질소 유출량을 45%는 더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