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한국 송환 무산..."뉴욕에서 재판받을 수도"

입력 2024-04-06 07:03
수정 2024-04-06 07:14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씨에 대해 몬테네그로 대법원이 5일(현지시간)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화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애초 원심 결정은 미국 인도 결정을 내렸다가 한국 송환으로 번복했는데 이것이 대법원에서 또 뒤집힌 것이다.

앞서 대검찰청이 하급심의 한국 송환 결정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자 대법원이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대검찰청은 범죄인 인도국 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인데, 하급심이 그 권한을 넘어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며 대법원에 적법성 판단을 요청했다.

대법원은 법리를 검토한 끝에 대검찰청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동일인의 범죄인 인도를 놓고 두 국가가 경합하는 상황에서 법원의 의무는 피고인에 대한 인도 요건이 충족하는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범죄인 인도 허가 및 우선순위 결정은 법원이 아닌 관할 장관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미국 모두 권씨의 신병 확보를 하려는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결정권을 준 셈이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권씨의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드러내 권씨의 미국행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요 외신들은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권씨는 미국으로 인도돼 뉴욕에서 재판받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며 현지 정부 관계자가 2월 말 인터뷰에서 몬테네그로 정부는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동안 권씨의 송환 문제는 한미 양국 중 어느 쪽이 먼저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여겨졌다.

2월 21일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미국 공문이 한국보다 먼저 도착했다고 보고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권씨 측은 경제범죄 형량이 한국보다 높은 미국에서 더 강한 처벌을 받을 것을 우려해 즉각 항소했다.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지만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고 지적하며 고등법원의 결정을 무효로 했다.

이에 고등법원은 지난달 7일 기존 결정을 뒤집고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고, 항소법원은 같은 달 20일 이를 확정했다. 그러나 대검찰청의 이의 제기로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은 법무부 장관이 인도국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고등법원은 기존 절차를 다시 반복해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여부를 승인하고, 최종 인도국 결정은 법무부 장관이 하게 됐다.

대법원의 판결을 놓고 몬테네그로 당국의 정무적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인구 약 62만명의 발칸반도 소국인 몬테네그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실제로 밀로비치 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권씨 인도국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말했다.

미국 측 영향력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7일 항소법원이 권씨의 한국 송환을 확정하자 성명을 통해 "권(도형)의 인도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