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공연장에서 벌어진 무차별 총격 테러 용의자들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이 이날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검거된 테러범 중 1명은 당국의 신문 과정에서 "지시자가 공연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살해하라는 임무를 맡겼다"고 진술했다.
검거 직후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을 보면 자신을 1998년생으로 밝힌 샴숫딘 파리둔은 한 달 전쯤 신원 미상의 '전도사'라는 인물로부터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러시아어로 말했다.
이 인물과 대화하며 범행을 결심한 그는 지난 4일 튀르키예를 통해 러시아로 입국했고, 튀르키예에서 무기 상점 정보를 받아 무기를 구했다고 한다.
그는 "나는 돈을 위해 공연장에서 사람을 쐈다"며 애초 범행 대가로 50만루블(약 730만원)을 받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실제 전달받은 돈은 그 절반가량에 불과했지만 지시자로부터 '나중에 100만 루블(1천461만원)을 주겠다'고 재차 약속받았다고 한다.
시모냔 편집장은 또 다른 용의자인 라자브 알리자데흐가 신문받는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그는 당국자의 물음에 타지키스탄어로 답변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전날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자동소총을 무차별 난사해 2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이 사건 관련자 총 11명을 검거했다.
러시아 내무부는 핵심 용의자 4명이 모두 러시아 시민이 아니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이들 가운데 일부가 타지키스탄 국적자라고 보도했다.
타지키스탄은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활동하는 지역 중 하나다. IS는 이날 아마크 통신을 통해 소속 무장대원 4명이 테러를 저질렀다면서, 이들의 사진을 모자이크해 공개하기도 했다.
사건 조사위원회는 핵심 용의자 4명이 모두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브랸스크 지역에서 검거됐다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이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00㎞ 떨어진 곳에서 붙잡혔으며, 이들이 국경을 넘으려 시도했고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이런 주장이 "터무니없다"며 연관성을 즉각 부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