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격차, 왜?…男 "경력 단절", 女 "조직내 성차별"

입력 2024-03-24 06:22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남성은 "경력 단절", 여성은 "조직 내 성차별"을 지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4일 '미래 사회 대응을 위한 양성평등 추진 전략 사업'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8월 만 19∼59세 임금 근로자 1천50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39.6%(2개까지 복수 응답)가 성별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때문에 여성의 평균 근속일수가 남성보다 짧아서'를 꼽았다.

이어 '여성들이 기업 내에서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는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30.7%),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에 여성이 많아서'(25.4%) 등의 순이었다.

여성들의 응답은 완연히 달랐다.

같은 질문에서 여성의 54.7%는 '조직 내 채용·승진·배치 등에서 성차별이 누적돼 왔기 때문'을 택했다.

이어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때문에 여성의 평균 근속 일수가 남성보다 짧아서'(51.4%),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에 여성이 많아서'(28.7%) 등의 순이었다.

남녀의 인식이 극명하게 갈린 항목은 '여성들이 기업 내에서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는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로, 이에 동의한 남성(30.7%)은 여성(6.4%)의 5배에 달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성별 임금 격차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여성 10명 가운데 8명이 동의했지만, 남성은 10명 중 4명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성별 임금격차 완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는 여성은 92.9%, 남성은 65.3%였다.

성별 임금격차를 좁히는 데 가장 필요한 개선 과제로는 남성의 과반이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완화'를 들었다.

같은 질문에서 여성의 48.7%는 '채용·배치·승진 등에서 기업의 성차별적 인사 근절'을 꼽았다.

우리 사회에 남녀 간 임금이 차이 나는 현실을 알고 있다고 밝힌 여성과 남성은 각각 88.9%, 79.3%였다.

여성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는 '성별근로공시제'를 알고 있다고 밝힌 여성은 25.5%, 남성은 31.9%였다.

성별근로공시제는 각 기업이 직원 채용-근로-퇴사 단계까지 중요 항목에 대해 성별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연구진은 "성별 임금격차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여긴 비율은 남녀 모두 높게 나타났지만, 원인과 개선 방법에서 성별에 따라 인식이 크게 갈렸다"며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격차 수준과 발생 원인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별근로공시제의 특성 등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관련 정보를 세분화해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