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께 시작되는 이슬람교 금식성월 라마단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의 휴전 성사 가능성에 기대가 모였지만 사실상 불발된 모양새다.
블룸버그·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 유세 방문 도중 가자지구 휴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라마단 이전에 휴전이 성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답했다.
앞서 이집트 카이로에서 나흘간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벌이던 하마스 대표단은 전날 이스라엘 측 반응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며 협상장을 뾰족한 돌파구 없이 떠났다.
하마스 대표단은 카타르에 있는 하마스 지도부와 협의를 거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집트와 카타르 등이 중재자로 참여한 협상에서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수감자의 맞교환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라마단(3월 10일∼4월 8일)을 계기로 6주간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구호물자 가자지구 반입 확대를 추진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5개월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가자지구 사망자가 3만명 이상으로 불어난 가운데 미국 내 진보적 유권자층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휴전과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축소, 가자지구 구호 확대를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들 유권자층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표밭으로 꼽힌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가자지구 휴전 협상과 관련, 미 워싱턴DC에서 기자들에게 "문제는 하마스다.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휴전을 하마스가 하려고 결정할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공은 그들(하마스) 쪽으로 넘어갔다. 우리는 휴전을 위해 몹시 애쓰고 있고 그들(하마스)이 어떻게 할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무장조직 알 카삼 여단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자신들의 최우선 요구는 이스라엘군의 공격 중단과 철수라면서 "이 점에서는 타협은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가자지구 주민 구호와 피란민의 귀환, 초토화된 가자지구의 재건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라마단 기간 결집해 동예루살렘의 이슬람교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으로 행진할 것도 독려했다.
알아크사 사원은 메카·메디나와 함께 이슬람교 3대 성지로 꼽히는 곳으로, 과거 라마단 기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폭력적인 충돌이 빈번히 빚어진 장소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알아크사 사원을 점령한 이스라엘은 유대인 외에는 이곳으로의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라마단 기간에도 청장년 남성 무슬림이 알아크사 모스크 안에서 예배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라마단 기간 동예루살렘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분명히 그렇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