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서 1년 반 살았다...무슨 사연이

입력 2024-03-09 07:04
수정 2024-03-09 07:07


독일 북부 소도지 포크베크 출신인 라세 슈톨라이(17)는 2022년 8월부터 기차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5천888유로(약 850만원)에 1년 동안 독일 철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샀다. 36L짜리 배낭 하나 메고 시작한 기차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밤에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고 기차를 놓치기도 했다. 어둠 속 낯선 역에 발이 묶이기도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매일 야간열차를 타고 기차가 오지 않아 계획을 급히 변경해야 할 때도 있다"며 계획을 정확히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4시간 내내 기차 안에서만 지내는 건 아니고 행선지를 정해 바닷가나 알프스의 휴양지로 떠나기도 한다. 1년 5개월 동안 기차로 이동한 거리는 57만㎞를 넘어 지구를 14바퀴 돈 것과 마찬가지다.

심지어 그는 쾰른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는 직장인이다. 그는 "노트북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직업"이라며 자신이 '디지털 노마드'이자 '미니멀리스트'라고 밝혔다. 옷가지 몇 벌과 담요 정도만 들고 다니는 그는 "노트북과 노이즈 캔슬링(소음차단) 기능이 있는 헤드폰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톨라이의 회사가 위치한 쾰른의 주거비가 치솟아 기차 주거가 차라리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모제스멘델스존연구소(MMI)에 따르면 쾰른에서 공유주택의 방 한 칸을 임대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2022년 여름 월 475유로(약 69만원)에서 1년만에 550유로(약 79만원)로 1년간 15.8% 올랐다. 슈톨라이가 기차 티켓을 포함해 쓰는 생활비는 1년에 1만유로(약 1천440만원) 정도다.

일간 프랑크푸르터룬트샤우는 그의 생활을 전하며 "창의적이고 독특한 해결책"이라며 "돈이 많지 않은 젊은이들이 대안적 주거전략을 고민하는 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