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한국여성의전화에 폭력 피해 상담 전화를 건 여성의 절반 이상은 배우자와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8일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상담소에 들어온 전화의 50.8%가 과거나 현재의 배우자와 애인·데이트 상대로 인한 상담 요청인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자 40.6%와 애인·데이트 상대 10.2%를 더한 수치다. 이는 전국 21개 상담소에 접수된 여성 폭력 피해 상담사례 5천981건을 분석한 결과다.
이어 부모·자녀·친척 등 친족 17.5%, 직장 관계자 8.3%, 동네 사람·지인 3.4%, 채팅 등 인터넷 3.1%, 동급생·선후배 2.8%의 순으로 드러났다. 모르는 사람은 2.9%, 단순 대면인은 2.4%에 불과했다.
폭력 피해 유형별(이하 복수 응답)로는 가정폭력(57.9%)이 가장 많았다. 이어 성폭력 45.5%, 스토킹 10.5%, 데이트폭력 10.1%, 직장 내 성적 괴롭힘 7.2%, 사이버 성폭력 3.1% 등의 순이었다.
배우자나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을 당한 이후 2차 피해를 겪었다고 상담한 사례는 1천797건이었다. 이 가운데 35.7%는 피해자 가족·주변인으로 인해 2차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가해자 가족·주변인 30.6%, 경찰 23.0%, 직장 2.7% 등의 순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법적 대응을 시도하려는 피해자에게 피해자의 가족과 주변인들이 '그냥 잊으라'고 권유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가해자의 가족과 주변인들이 '원하는 것이 있어서 이러는 것 아니냐', '네가 내 아들 인생을 망쳤다'며 피해자 탓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의 수사 기관 담당자가 피해자에게 '둘이 원만히 해결해라', '부부 사이에 스토킹 사건 접수는 어렵다'고 해 법적 대응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 사례도 나왔다.
스토킹 상담 150건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가해자 유형도 애인·데이트 상대자(30.0%)였다. 이어 배우자 17.3%, 친족 14.7%, 동네 사람·지인 등 9.3% 순이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