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차기 대표이사 인선이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과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의 2파전으로 굳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IB(투자은행) 명가의 지속이냐, 아니면 NH농협금융지주와의 시너지 확대냐가 차기 대표 선임 결정의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오는 1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 후보 1명을 확정해 12일 임시 이사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차기 대표이사 숏리스트 발표를 앞두고 정영채 대표이사가 돌연 용퇴를 결정하면서, 지난 5일 발표된 최종 후보군에는 윤병운 IB1사업부 대표(부사장)과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3명이 올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윤 부사장과 유 전 부회장의 2파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먼저 윤병운 부사장은 NH투자증권의 IB사업을 총괄하며, 유일한 내부 출신 차기 대표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최승호 IB2사업부 대표(부사장)와 권순호 OCIO 대표(전무)가 계약 해지되면서 사실상 내부에선 차기 CEO 후보군 밑작업을 마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부사장은 1993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에 입사해 줄곧 NH투자증권에서 자리를 지켜왔고, 특히 정영채 대표와 함께 20여년 동안 호흡을 맞춰 NH투자증권의 IB 황금기를 연 영업통으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오스템임플란트와 루트로닉 공개매수 M&A를 주관해, 주관업무뿐 아니라 인수금융 주선까지 대규모 딜을 성공한 바 있다.
새 유력 후보로 부상한 유찬형 전 부회장은 정통 '농협맨'으로, 특히 기획통 금융인으로 꼽힌다. 지난 1988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상호금융마케팅국장과 충남지역본부장, 기획조정본부장을 거쳐 농협자산관리 대표이사와 농협중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 제25대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된 강호동 신임 회장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농협중앙회·NH농협금융지주 차원의 큰 그림을 그려지고 있는 만큼 NH투자증권 차기 대표 자리 역시 그룹 시너지를 고려하는 모습이다.
금융지주 4위로 올라서려는 NH농협금융지주로서는 NH투자증권의 중요도가 남다르다.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NH농협금융은 5위를 기록했지만, 4위 우리금융지주와의 순이익이 차이가 2,844억원으로 좁혀지면서 순위 변동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특히 비은행 부문 실적에 따라 금융지주 순위가 바뀌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룹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NH투자증권과 계열사의 시너지가 절대적이란 설명이다.
또 글로벌 부문에서도 협력체계 강화가 강조되는데, 실제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지난달 유럽 출장에서 출장에서 NH농협은행 런던 사무소 다음으로 NH투자증권 런던 법인을 찾아 글로벌 투자금융 경쟁력을 점검하기도 했다. 여기에 메리츠금융지주가 은행 없이 증권사·보험사만으로 지난해 2조원대 순이익을 거두면서, 국내 금융그룹 판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순위를 지키기 위한 협력체계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감독당국의 정기검사도 차기 대표 선임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NH농협금융지주, NH농협은행과 함께 NH투자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부동산PF와 해외 대체투자 관련 리스크가 적절히 관리되고 있는지, 또 파두 사태에서 불거진 IPO 밸류에이션 산정 부분을 살펴볼 계획이다. 아울러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대한 적절성도 살펴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국의 검사가 정 대표 재임시 발생한 사안에도 집중하는 만큼 차기 대표 선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12일 임시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를 발표하고,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이사를 공식 선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