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의 한 과일가게에서는 사과만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았다. 딸기, 천혜향, 참외 등이 큼지막한 빨간 글씨로 눈에 잘 띄는 가격표와 함께 진열된 것과 비교됐다.
과일가게 주인은 "사실 사과 가격이 많이 올라서 그렇다"고 답했다.
사과 3개짜리는 1만5천원이었고 알이 더 굵은 1개짜리는 8천원이었다. 가게 주인은 "햇사과가 나올 때까지는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슈퍼마켓은 그나마 가격이 싸 사과 4개짜리가 1만8천900원이었다. 하지만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인지 과일 매대는 다른 매대보다 한산했다.
이 슈퍼마켓을 자주 찾는다는 한 여성 고객은 여러 과일을 둘러보면서도 장바구니에 아무것도 담지 않았다. 올해 84세라는 그는 6개 1만3천800원짜리 사과를 들어 보이며 "경로당에 사과 사 가려면 두 봉지는 사야 할 텐데 비싸서 가격만 자꾸 본다"고 말했다.
슈퍼마켓 과일 담당 직원은 과일 가격이 비싸져 손님이 많지 않다며 "저쪽 4개에 1만8천900원짜리는 하나에 거의 5천원꼴이니 엄청 비싸다. 이쪽 6개에 1만3천800원짜리가 많이 나가는데 흠집이 있거나 작아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것들"이라고 전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과실 상승률(41.2%)은 1991년 9월 이후 가장 높았다.
한때 '국민 과일'이라 불리던 사과는 1월에 56.8% 오른 데 이어 2월에 71.0% 급등했다. 지난해 생산량이 30%나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형진 전문연구원은 "장마로 병해충이 많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봄철 저온 기후로 착과수가 줄었던데다가 여름철 집중 호우, 수확기 탄저병 발생 등이 겹쳤다.
지난해 배 역시 착과수 감소, 냉해 피해 등으로 생산량이 27% 감소했다. 지난달 배 가격은 1년 전보다 61.1% 올랐다.
지난달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과일은 귤로 작년 동월 대비 78.1% 뛰었다. 다른 과일이 오르며 대체 수요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사과는 검역 문제로 수입을 하지 않아 다음 수확 철까지는 높은 가격이 유지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김형진 연구원은 "햇사과가 나올 때까지는 가격이 높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참외 같은 다른 과일이 나와야 사과, 배 수요가 떨어지고 가격이 조절될 것"이라면서도 "사과, 배는 생산이 3분의 1 정도 줄었는데 어마어마하게 많이 줄어든 것이다. 가격이 드라마틱하게 떨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