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뉴욕증시가 애플과 테슬라, 메타플랫폼 등 대형 기술주들에게 불거진 악재들과 중국의 부진한 경제성장률, 소비 악화 가능성에 연일 흔들리고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기대가 더욱 위축되면서 극단적 탐욕구간까지 진입했던 투자심리도 식기 시작했다.
현지시간 5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3대 지수는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2.30포인트, 1.02% 내린 5,078.65포인트로 밀렸고, 나스닥은 전날보다 267.92포인트, 1.65% 하락한 1만 5,939.59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 넘게 하락하던 나스닥은 장 막한 엔비디아가 상승세로 전환하고 AMD가 0.1% 하락에 그치는 등 반도체주에 대한 저가 매수로 낙폭을 줄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JP모건, 월마트, 보잉, 버라이즌을 제외한 대부분 하락하며 전날보다 404.64포인트, 1.04% 내린 3만 8,585.19에 그쳤다.
● 6월에 AI 발표만 기다린다…악재 쏟아진 애플
인공지능 기술 개발 경쟁에 뒤처진 애플은 주력 제품인 아이폰의 중국 내 판매가 크게 감소했다는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분석에 2% 넘게 하락했다. 애플 주가는 이날 2.84% 내린 170.12달러로 시가총액도 2조 6,260억 달러까지 줄었다.
정보기술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올해들어 첫 6주간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대비 7% 감소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해당 기간 매출이 전년대비 24%나 줄어든 반면 중국 정부의 우회 지원을 받은 화웨이는 같은 기간 매출이 64%나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 아이폰이 21%로 1위를 지켰지만 화웨이가 17%로 전분기보다 3%포인트 점유율을 늘리며 격차를 좁혔다. 이어 중저가 보급형인 비보(16%), 아너(15%), 샤오미(13%) 등 중국 기업들의 약진으로 애플의 입지가 좁아지는 형국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규제 이전 SMIC에서 생산한 7나노급 반도체를 탑재한 메이트60프로를 우리 돈 130만원 가격에 판매하며 올해 최고 인기 프리미엄폰 자리에 올라 있다.
대만 TF인터내셔널의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X(트위터)를 통해 "2024년 아이폰 출하량에 대한 기존 시장 컨센서스는 하향 조정되어 현재 2억 대에 근접하고 있다"면서 "애플이 올해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한다면,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애플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애플 팀 쿡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1일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 이어 지난달 말 주주총회에서 '인공지능의 놀라운 잠재력을 봤다"며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댄 아이브드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오는 6뤌 개발자회의(WWD)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상무부 첨단 반도체 수출 제재…엔비디아만 올랐다
나스닥 사상 최고가의 동력이 된 인공지능 반도체와 관련 부품, 설계 업체들 주가가 이날 미 정부 규제와 수출 감소 우려에 일제히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장중 2% 가까이 밀렸던 엔비디아가 막판 0.85%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인텔(-5.37%), 브로드컴(-4.24%), 퀄컴(-3.07%) 등이 크게 내렸다.
전날 블룸버그는 AMD가 지난해말 공개한 MI300 계열의 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려다 미 상무부로부터 제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AMD는 MI300X보다 성능을 낮춘 MI309, 더 느린 MI200 칩을 설계해 생산해왔다. 그러나 미 상무부는 성능이 너무 강력하고 수출 제한 조건을 맞춰 허가를 받도록 제재에 나섰다.
앞서 엔비디아가 지난해 10월 A800, H800 등 수출 규정에 따른 반도체로 정부 제대를 받았고 AMD도 마찬가지 기준을 적용해 제품을 개발해왔다. 엔비디아는 해당 규제로 중화권 매출이 4분기에 전년대비 53%나 줄었으나 미국 등 수요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공개한 바 있다. AMD는 현재 중국 지역에 대한 매출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AMD 주가는 이날 해당 보도로 급락 출발했으나 장 마감 직전 낙폭을 0.11%까지 줄이며 사상 최고가에 다시 근접한 움직임을 기록했다.
● 테슬라는 정전 사고…메타는 의문의 서비스 장애
미국 최대 전기차업체인 테슬라는 전날 중국 내 출하량 감소 소식에 이어 유럽 전략 생산기지인 독일 브란덴부르크의 기가팩토리의 정전 사고 여파로 급락했다.
현지매체인 슈피겔 등의 보도에 따르면 '볼케이노 그룹'으로 부르는 극단주의 좌편향 단체가 이날 오전 5시 15분경 테슬라 공장 10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한 송전탑에 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100GWh(기가와트시) 규모, 연산 100만 대의 공장을 추가 확장할 계획이었으나 현지 환경단체와 주민 등이 인근 숲을 점거하는 등 강렬하게 반대해왔다.
볼케이노그룹은 온라인에 공개한 성명에서 "테슬라의 전원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론 머스크에 대해 '테크노 파시스트'로 기후 위기에 대응한 친환경 기술로 포장해 여론을 호도하는 인물로 묘사했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3.93% 하락해 주당 180달러선까지 주저앉았다.
깜짝 실적과 함께 고공행진하던 메타는 이날 미 동부시간 기준 오전 전세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일부 접속이 막히는 사고를 겪은 뒤 2시간 만에 복구했다. 통신망 장애 집계업체인 다운디텍터는 이번 사고로 50만 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사고 여파로 메타는 이날 1% 가량 하락했다.
극단적인 인종 다양성, 진보주의로 비판을 받고 있는 구글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해 세르게이브린 창업자가 공개 해명에 나섰다. AI 개발을 위해 구글로 돌아온 브린은 범용 인공지능(AGI)에 대한 공개 토론에서 "명백히 엉망진창이었다"고 사과했다. 그는 "환각 현상을 제로에 가깝게 줄어야 한다"고 밝혔다.
구글의 검색 시장 지위에 대해 브린은 "시간에 따라 점차 진화해나갈 것이고 광고 부문도 인공지능 맞춤으로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그는 "좌편향 이유에 대해 의도한 것이 아니다"라며 다른 인공지능 서비스도 제작자에 따른 편향이 있음을 지적했다. 구글은 문제가 된 제미나이(Gemini) 생성형 이미지를 조만간 재개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로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가 교체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알파벳 주가는 한 달간 8%가까이 급락했다.
● 세 번도 많다, 한 번 만 내린다…강경해진 연준 위원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월가의 기대는 또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전날 기고문을 통해 "번영하는 미국 경제와 고용 시장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의 긴급함은 없다"며 "올해 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금리인하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보스틱 총재는 "많은 경영진이 적절한 시기가 되면 자산을 배치하고 고용을 늘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면서 "이러한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새로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억눌린 과잉이라 부르는 이러한 위협은 앞으로 수 개월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이후 상당기간 동결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공개된 미 공급자관리협회(ISM)의 2월 구매관리자 지수 역시 경기 활황을 보여주면서 시장에 부정적 재료로 작용했다. 2월 미국의 서비스업 PMI는 52.9로 전월보다 하락했지만 여전히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을 상회하고 있다.
연준이 이른 시기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줄고 있는 가운데 시장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발언에 쏠리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현지시간 6일 오전 10시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이튿날 10시 상원 은행위원회에 연달하 반기 통화정책 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파월 의장의 이번 발언은 3월 19일~2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마지막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