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입니다. 중국에서는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가 어제부터 시작됐습니다. 양회는 두 개의 회의를 의미하는데요. 그 중 하나인 중국인민 정치협상 회의, 정협이 어제 개막식을 가졌고요. 오늘은 또 다른 하나인 전국 인민 대회, 전인대가 개막할 예정입니다.
정협은 일종의 국정 자문기구라고 보면 되고, 전인대는 우리나라로 치면 국회와 비슷한 성격을 띄는데요.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양회가 개막한 뒤 3월 11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매년 이 양회에서는 중국 경제의 큰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에, 중국의 미래를 전망해볼 수 있는 중요한 행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경제 상황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다 보니, 특히나 중국이 제시할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와 경기 부양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오늘 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창 총리가 업무 보고를 통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인데요. 앞서 IMF나 OECD,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 기구들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4%대로 제시했죠.
하지만 리창 총리는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중국 내 정치 상황과도 관련이 깊은데요. 5% 수준의 목표치는 중국에서 천안문 사태의 여파가 미처 가시지 않았던 1991년 4.5%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5%보다 낮은 목표를 설정할 경우,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깎을 수 있으며 사회 불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위드코로나 원년이었던 지난해에도 5% 안팎의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고, 결과적으로는 5.2%의 성장률을 이끌어내면서 목표 달성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봉쇄가 극에 달했던 전년의 기저 효과 덕분이라는게 대체적인 평가고, 올해는 부동산 시장 침체나 소비 위축 등 악재가 쌓여가는 상황이라 5% 성장률 달성은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건데요. 중국 헝성 자산운용의 다이밍 펀드매니저는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재정 적자율을 어떻게 제시하는지가 중국 당국의 경제 성장 의지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짚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3월 전인대에서 재정 적자율을 3%로 설정했으나, 작년 10월에 열렸던 전인대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3.8%로 상향 조정했고요. 작년 4분기부터 1조 위안 상당의 국채 추가 발행도 승인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올해 재정 적자율은 3%대 중반 정도로 설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올해 재정 적자율을 3~3.5%로 정한다면 시장이 활력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중국 경제의 최대 고민인 부동산 시장 회복 논의와 저출산 고령화 문제 관련 대책이 발표될지도 관심사입니다. 류제이 정협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경제 전망과 청년 일자리 창출, 그리고 민간 경제 부문의 장애물 제거 방안에 논의가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블룸버그는 관련해서 중국이 부동산 문제를 주요 의제로 놓고 은행을 중심으로 해결을 시도할 거라고 전망했고요.
최근 정협에서는 중국의 산아 제한을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는 의견과 생산성 하락에 대응해서 현재 최대 60세인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CNN과 로이터 등 외신들은 중국 안팎의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파격적인 부양책을 내놓치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대를 일축시키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3대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등을 중앙정부가 어떤 식으로 지원할지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세계 공급망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큰 만큼, 중국의 정책에 따라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인데요. 과잉생산 상태인 태양광이나 합종 연횡이 시작된 전기차 분야 등에 대한 지원책이나 자연스런 구조조정 방안들을 고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러우친젠 전인대 2차 회의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AI와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두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서방의 대중국 제재를 비판하며 자립도를 키우겠다는 목표도 내놨습니다.
매년 전인대가 열릴 때마다 큰 관심을 받는 국방예산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는데요. 러우친젠 대변인은 “중국은 합리적으로 안정적인 국방비 지출 성장을 유지했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군사 강대국과 비교할 때, 중국의 국방비는 GDP 비중, 1인당 국방비 등에서 상대적으로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의 지난해 국방 예산은 1조 5천537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는데, 앞으로도 이 추세를 유지할 걸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지도부 인사 조정과 대만과 관련 메시지인데요. 친미,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5월 취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과 관련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또, 중국 외교부장은 친강 전 부장이 지난해 7월 면직된 후 왕이 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겸임하고 있는데요.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 연락부장이 새 외교부장으로 임명될 경우 중국의 대미 외교 노선이 더 온건해질 수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중국 양회는 중국 내부 정치 동향을 반영하는 중요한 일정이며, 그 결과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와 정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텐데요. 특히나 중국은 우리나라의 수출과 생산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번 양회가 진행되는 동안 중국이 경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부양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