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건너온 '반도체 훈풍'
마켓플러스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미국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 기업들의 시간이었습니다.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에 이어 시총 3위 자리에 올랐는데요. 델 테크놀로지도 30% 넘게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의 16개 반도체 기업을 담고 있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역시 4% 넘게 상승하며 장을 마쳤는데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미국 AI 반도체 종목 급등의 1등 공신은 미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가 꼽힙니다. 전 거래일 발표된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는데요.
물가가 둔화되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금리가 인하하면 반도체를 비롯한 성장주의 투심이 회복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불어온 반도체 훈풍에 이날 국내 증시도 들썩였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반도체 대장주부터 한미 반도체, HPSP까지 2%에서 많게는 13%까지 뛰었는데요.
다만 주가 수준과 그 상승 속도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AI 반도체가 증시 전반에 걸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혹은 액침 냉각과 같은 AI 관련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 속도를 고려했을 때 가파른 주가 상승이 적절하다는 겁니다.
반면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격 부담이 쌓여가고 있는 만큼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니케이 4만 시대
태평양을 넘어온 반도체 훈풍,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죠. 니케이지수가 4만 선을 돌파했습니다. 사흘 만에 또다시 최고치를 새로 썼고, 종가 기준으로 4만선을 돌파한 것도 사상 처음입니다.
일본의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훌쩍 뛰었습니다. 이른바 '사무라이 세븐'에 속하는 도쿄일렉트론, 아드반테스트 뿐만 아니라 반도체 투자계획을 밝힌 소프트뱅크까지 일제히 상승하면서 도쿄 증시 전체를 견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현지에선 니케이 4만 시대를 연 건 기업들의 호실적, 거버넌스 개혁, 여기에 미국 반도체 훈풍까지 더해졌다고 자평합니다.
다만 '나만 벼락 거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포모(FOMO)증후군이 주가 급등의 원인 중 하나라며 급격한 상승에 대한 경계감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SBI증권에서 장이 열린 뒤 약 30분간 주식거래 앱에 접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는데요.
현지 언론은 "개인뿐만 아니라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도 반도체 기업의 주식을 보유해야만 수익률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 현재 4만 엔을 기점으로 일부 매도세가 나오고 있는 만큼 지금의 급등세는 숨고르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습니다.
마켓플러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