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 앞두고 소액주주 존재감이 점차 강해지고 있습니다. 오는 15일 주주총회를 앞둔 다올투자증권에선 이병철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2대주주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소액주주에 손을 내미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소액주주들이 전자위임을 해주면 회사 정상화 전까지 배당도 안 받겠다며 자신에게 표를 달라는 겁니다. 최근 경영권 분쟁중인 또다른 회사, 고려아연도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분주합니다. 이 회사 소액주주연대는 특이하게 경영권 공격 측이 아닌 회사 측 편을 들기도 했습니다. 고려아연과 분쟁 중인 2대주주 영풍이 요구하는 주주환원율(96%)이 과해서, 현재의 주주환원율(73.6%) 이상으로 주주환원을 하게 되면 회사 건전성이 위협받을 정도라는 거죠.
그동안 소액주주들은 경영권 분쟁에서 소외되거나 패배해왔습니다. 그래도 단순한 주식이 아니라 경영권의 한 표를 가진 사람들로서, 권리찾기 운동을 멈추지는 않았지요. 그러다 최근 일어난 두 가지 바람이 소액주주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저PBR주 살리기로 대변되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또 하나는 소액주주연대 플랫폼의 등장입니다.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슈퍼개미 없이는 결집이 어려웠습니다. 헌데 최근에 소액주주연대 전자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흩어진 개인의 표들이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상법상 지분율이 1% 이상이면 대표소송을 할 수 있고, 3%가 넘어가면 회사의 회계장부 열람 뿐 아니라 주주총회 소집도 가능합니다. 소액주주들이 뭉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각 회사의 소액주주연대 지분율이 괄목할 정도로 늘기 시작한 겁니다.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에 따르면 이 플랫폼 한 곳에만 20개 기업에 주주제안이 제출됐습니다.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 등 이화그룹 3사 뿐 아니라 삼목에스폼, 디에스케이, 알파홀딩스, 캐스텍코리아, 휴마시스, 대양금속, 오로라, DMS, DI동일, 아난티 등에도 주주제안이 제출됐습니다. 이 플랫폼을 통해 모인 소액주주 지분율이 10%을 넘게 되는 회사도 (2월 29일 기준) 16곳에 이릅니다.
사실 그동안 소액주주분들 만나서 이야기 듣고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 자본시장에 깜깜이 경영하는 곳도 많고요. 기자들이 많이 안 가는 작은 기업 주총은 정말로 용역들이 너무 대놓고 자리잡고 회사 편을 들어서, 방검복을 실제로 사서 입고 갈 정도로 환경이나 인식이 열악한 곳이 아직도 많다고 합니다. 최근 밸류업 바람을 타고, 주주자본주의가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정착하는 계기가 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많아 보입니다. 개표나 검수 과정이 더 투명해져야 하고, 좀비기업이 무자본M&A의 도구로 쓰이지 못하도록 하려면 퇴출될 기업은 빨리 퇴출되어야 할 필요성도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주주들이 더 많이 뭉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