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월의 첫 거래일입니다. 2월 우리시장을 달궜던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 전략 고민인 분들 많으실 텐데요. 박 기자, 지난달 종목별 수익률은 어땠습니까?
2월 한 달 코스피는 5.82%, 코스닥은 7.97% 올랐습니다. 코스피는 의료정밀(22.0%)과 전기가스업(21.19%)이 시장을 이끌었는데, 대표 저PBR 업종인 보험(18.9%)도 높은 성과를 나타냈습니다. 코스닥은 2000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찍었는데요. 대형주 상승률이 13.49%인 점에서 차별화 장세가 두드러졌다는 해석입니다.
코스피200 가운데에선 율촌화학이 44% 오르면서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지난달 1일 7천억 원 초반이던 시가총액은 수직상승, 1조 원을 돌파한 상황인데요. 주가가 워낙 치솟다 보니 지난달 16일 거래소는 '현저한 시황 변동'을 이유로 조회공시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회사는 뾰족하게 알릴만한 건 없다는 대답을 내놨습니다.
수익률 상위에 저PBR 종목이 꽤 있겠거니 싶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나 보군요. 워낙 빨리 끓고, 또 그만큼 빨리 식어버린 탓도 있겠죠. 율촌화학의 상승 배경은 뭐였을까요?
지난달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율촌화학을 동반 순매수했습니다. 각각 116억, 100억 원어치 넘는 물량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이 둘의 쌍끌이가 들어왔던 지난달 13일과 16일 각각 17%, 12% 급등했습니다. 거래소의 조회 공시가 나온 게 이때인데, 이후 주가는 3일 연속 빠지며 상승분을 일부 반납한 상황입니다.
설립 50년을 넘긴 율촌화학은 농심그룹의 잔뼈 굵은 계열사입니다. 식품 포장재 생산이 주력 사업인데요. 제품과 상품을 합쳐서 전체 매출의 80%가 포장에서 나옵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건 전자소재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은 점인데요. 폴리프로필렌(PP)이나 알루미늄 포일 등의 소재를 다루던 기술을 배터리 필름으로 확대하려는 시도에 투자자들이 호응한 셈이죠.
속도의 문제가 있긴 하겠습니다만 배터리 소재 시장 성장세는 이어질 거란 예상이 우세하죠. 중장기 사업 중심을 포장재에서 2차전지 소재로 바꾸려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겁니다. 다만 한 쪽에서 실체 없이 무늬만 배터리 사업을 하겠다는 기업들이 종종 나오다 보니 실제로 관련된 투자나 사업을 진행중인 지가 중요할 텐데 어떤가요?
실제로 율촌화학은 2022년 9월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 셀즈와 1조 5천억 원 상당의 2차전지용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소재인데, 생산을 위해 경기 평택 공장 증설에 830억 원을 투입하기도 했고요. 알루미늄 파우치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양극재와 음극재 등을 보호하는 핵심 소재입니다.율촌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원 하에 배터리용 파우치 필름 국산화에도 성공했고요.
그룹 차원에서도 2차전지 소재를 새로운 캐시카우로 낙점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앞서 살펴보셨듯 아직까지 전체 매출에서 전자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남짓에 불과하지만, 얼티엄 셀즈에 공급을 이어가면서 파이를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인 건데요. 한국투자증권은 "우리 시장이 이달부터는 다시 경제와 실적 등 기본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중장기 과제로 넘어가는 만큼 각 기업의 재무 상황이나 사업 비전 등 기본 내용을 새로운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