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작가로 데뷔했다. 자신의 범죄 피해 사실과 지난 2년여 간의 회복 과정을 담은 책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를 최근 펴냈다.
피해자는 자신의 필명을 김진주라고 지었다.
이 사건 피해로 마비됐던 다리가 다시 풀렸던 시기가 6월인데, 6월의 탄생석인 진주를 필명으로 짓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진주 씨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범죄 피해자가 겪는 어려움과 사법 과정에서 불합리함 등을 알게 됐고 이후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며 "진주는 조개가 체내의 이물질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질 덩어리인데, 이 과정이 스스로를 지켜내려는 제 상황과 너무 비슷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는 2022년 5월 22일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일련의 과정을 책에 담았다.
사건 당일 자신의 커리어를 인정받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부터 범죄 이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결국 방송국 카메라 앞에 서야 했던 순간까지.
김진주 씨는 "범죄 피해자로서 겪은 후유증과 수사 과정에서 느낀 소외감, 언론에 공론화하던 순간들을 떠올렸다"고 회상했다.
이 모든 것을 글로 작성하는 데는 한달가량의 시간이 걸렸다는 그는 "과거의 기억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어 책을 쓰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며 "내가 느꼈던 감정과 시간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책의 마지막에는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에게 쓴 '회복 편지'도 넣었다.
김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해자는 나를 보복하겠다고 대놓고 이야기하고 다녔다"며 "그런데도 나는 더 이상 당신이 무섭지 않고, 당신과 달리 비겁하지 않고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겠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른 범죄 피해자를 만나 조언하고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는 등의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김씨는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피해자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해 범죄별 피해 대응책과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피해자가 언론을 찾지 않고, 사법 체계에서 소외당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사건 가해자는 2022년 5월 22일 오전 5시께 부산 부산진구에서 귀가하던 피해자를 10여분간 쫓아간 뒤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해 살해하려 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20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