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영구 중립국화' 원했다"

입력 2024-03-01 21:17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휴전협상을 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영구적 중립국'으로 만드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2년 4월 15일 양국 협상가들이 협상 과정에서 작성한 평화조약 초안의 17쪽 분량 전문을 분석,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군사 공격에 영구적으로 취약한 '무력화한'(neutered) 국가로 만들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며칠 뒤부터 양국 협상가들은 벨라루스와 튀르키예에서 만나서 4월까지 협상을 벌이면서 이 같은 초안을 작성했다. 하지만 이후 협상은 결렬돼 그해 6월에 완전히 끝났다.

초안은 우선 우크라이나를 '군사블록에 참여하지 않는 영구적 중립국'으로 만든다고 규정했다. 또 외국산 무기의 우크라이나 반입도 금지해 서방의 지원을 받아 군사력을 키우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 가입은 추진할 수 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같은 군사동맹에는 가입할 수 없게 된며, 우크라이나군 병력은 8만5천명, 전차는 342대, 포병 전력은 519기, 미사일 최장 사정거리는 40㎞로 각각 제한하게 된다.

또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에 남기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어와 동등한 공용어로 사용하도록 압박했다.

미국·영국·중국·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은 평화조약을 보장하는 국가로서 조약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를 지킬 책임을 갖게 되며, 영구 중립국 지위와 맞지 않는 군사 지원 약속 등을 포함한 우크라이나와의 국제적 조약·합의는 끝내도록 요구됐다.

이 같은 초안 내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협상에서 어떤 조건을 원하는지를 보여준다고 WSJ은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키이우를 장악, 우크라이나 정부를 무너뜨리는 최초 시도가 실패하자 '차선책'으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측도 개전 직후 전쟁에서 크게 밀리자 대폭 양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초안은 아울러 앞으로 서방의 군사 지원이 고갈되고 우크라이나가 상당히 밀릴 경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어떤 타협을 강요할 수 있는지도 시사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서방 각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전쟁 직후 협상에서 추구한 목표가 2년 간 이어진 전쟁에도 대부분 바뀌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기세를 올리자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협상을 시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