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모기업 쿠팡Inc가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하면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명품 상품을 국내에서 로켓배송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쿠팡Inc가 파페치를 독자 사업으로 가져갈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중순 쿠팡Inc가 파페치를 5억달러(6천50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하자 '쿠팡이 가장 약한 명품 카테고리를 단숨에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하이엔드 명품 로켓배송은 불가능한 모델'이라는 분석 등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파페치는 포르투갈 사업가 주제 네베스가 지난 2007년 영국에서 창업해 명품업체들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급성장했다. 1천400개 명품 브랜드를 190개국 이상 소비자에게 판매하며 한국으로 직배송도 해준다.
지난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파페치 시가총액은 2021년 초만 해도 230억달러(30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이탈리아 패션업체 인수, 미국 백화점 니먼 마커스 지분매입 등 '과욕'을 부리다 시가총액이 작년 말 2억5천만달러(3천200억원)로 100분의 1토막이 났고, 5억달러를 못 구하면 부도날 상황에 부닥치자 쿠팡과 손을 잡았다.
쿠팡Inc는 지난 1월 31일 파페치 인수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까지 파페치 창업자 주제 네베스가 대표에서 물러났고, 영국과 포르투갈 등의 직원 2천명 정도를 해고하는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Inc는 부도 위기에 몰렸던 파페치 사업구조와 재무 상황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지난 달 28일(한국시각)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파페치와 관련 "인수할 의도는 없었지만 5억달러를 투자해 거래액(GMV) 40억달러에 달하는 업계 최고 서비스를 인수할 드문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발표한 투자 약정 외 추가 투자 없이 파페치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길이 열렸다"며 "몇 년 후 쿠팡이 어떻게 파페치를 고품질 비즈니스로 성장시켰는지 이야기하길 바란다. 그런 대화를 하긴 너무 이른 단계"라고 덧붙였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도 "파페치 관련 추가 투자는 없다"고 재차 말했다.
김 의장은 "쿠팡의 현금 잔액은 현재 55억달러(7조3천억원)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쿠팡 경영진의 이런 발언은 '쿠팡은 현금이 충분하고 파페치 인수가 경영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 명품 로켓배송을 위해 계획적으로 파페치를 인수한 것이 아니라 좋은 가격에 파페치가 매물로 나와 의도치 않게 인수했다는 점을 강조해 국내로 사업을 가져오기보다 글로벌 플랫폼으로 기업가치 회복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Inc가 대만을 제외하면 국내에서만 매출을 거두고 있어 앞으로 파페치 등을 통해 해외 사업을 넓혀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희소성이 높을수록 가치 있는 명품 유통 구조적 특징도 '로켓배송'과 거리가 멀다.
쿠팡의 국내 사업 모델은 AI(인공지능) 예측으로 고객이 주문할 제품을 직매입해 물류센터에 미리 확보했다가 로켓배송으로 당일 또는 익일 배송하는 방식이다.
파페치는 명품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계하는 '오픈마켓' 형태라 모델 자체가 다르다.
파페치의 경우 구찌, 페라가모 등 제품은 신상품을 팔지만, 고급엔드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제품은 중고제품(Pre-Owned)만 거래되고 있다. 이른바 '에루샤' 신상은 백화점 명품 숍에서도 한정 수량만 판매한다.
이런 점에서도 쿠팡이 직매입으로 하이엔드 명품을 로켓배송할 수 있을지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쿠팡이 6조2천억원을 투입해 전국 물류망을 구축하고 로켓배송을 현실화한 것처럼 명품 업계에서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 기대감도 존재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