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입니다.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가 현지시각 26일 개막해서 나흘동안 진행됩니다. 기업들이 혁신적인 핸드폰 기술과 주요 통신기술을 선보이는 세계적인 행사라서 모바일 올림픽이라고 불리기도 하고요. 얼마전 미국에서 열렸던 CES, 9월 독일에서 열리는 IFA와 함께 스페인의 MWC는 세계 3대 ICT 전시회로 꼽힙니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렸던 CES 전시회에서는 자취를 감췄던 화웨이나 샤오미처럼 중국 빅테크 기업들도 이번 MWC에서는 대거 모습을 드러낼 예정으로 기대감을 모았는데요. 이번에 참가하는 중국 업체만 288개로 스페인, 미국, 영국에 이어 네번째로 많고요. 그 외에도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2400여개 기업들이 참석합니다.
올해 MWC는 ‘미래가 먼저다’를 주제로 개막했습니다. 키워드는 5G를 넘어서, AI의 인간화,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 등 6개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앞선 CES에서도 AI 열풍이 불었던 가운데, 이런 흐름이 이번 MWC에서도 이어지는 모양입니다. 특히 초거대 AI가 6G(식스지)와 클라우드, 디바이스 등 다양한 요소와 어떻게 융합하고, 산업적으로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MWC 개막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기업들로 넘어가보겠습니다. AI기술과 스마트폰 기술이 어떻게 결합되는지부터 볼텐데요. 중국의 대표적인 IT 기업,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메이트 60을 전시합니다. 메이트 60에는 세계 최초로 위성 통화 기능이 적용돼서 기지국이 없는 지역에서도 전화 통화가 가능하고요. ‘링시 AI 알고리즘’ 기능이 적용돼 있는데,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처럼 폐쇄된 공간에서도 사람의 말을 정확하게 인식해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화웨이에서 독립한 아너도 메타의 라마2 대규모 언어모델이 적용된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매직6’ 시리즈를 MWC 개막 하루 전날 공개했고요. 이 스마트폰은 안구 움직임을 감지해서, 어디를 응시하는지 AI가 인식해 기기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 기업인 삼성 전자도 최근 출시한 첫 AI폰인 갤럭시 S24를 전시하고요. 그 외에도 웨어러블 기기를 둘러싼 각 기업들의 기술 경쟁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링’ 실물을 MWC에서 전시하는데요.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로, 수면 중에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고, 반지 안쪽 면이 손가락을 감싸서 세밀한 건강 상태 측정이 가능한 게 특징입니다. 화웨이도 지난해 공개했던 스마트워치 신제품 ‘워치 GT 4’를 공개하고요. 메타도 스마트 글라스를 선보이는데요. 이 기기는 자체 개발한 AI인 라마와 실시간 소통하면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할 수 있습니다.
주요 글로벌 통신 장비사들도 이제는 AI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었는데요. 시장 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에릭슨과 노키아, 삼성전자의 글로벌 기지국 장비 점유율은 2018년 대비 적게는 1%p에서 4%p까지 감소한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에릭슨은 폐기물 관리 업체인 ‘스마트소트 테크놀로지스’와 협력해서 AI 기반 재활용 기술을 전시하고요. 노키아는 산업 현장에서 아용할 수 있는 AI 음성 비서 서비스 ‘MX 워크메이트’를 공개했습니다. 이로써 통신 업계에서도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등의 1차원적인 성능 경쟁은 사실상 막을 내렸으며, 이제는 AI 등으로 차별화된 신기술이 통신 업계에서도 화두가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또, 이번 MWC를 계기로 공식 출범한 협력체가 있습니다. ‘AI-RAN 얼라이언스’인데요. AI와 무선통신 기술을 융합해서 6G 기술을 연구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를 포함해서 엔비디아, ARM,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등 10개 기업과 1개 대학이 멤버로 구성되고요. AI-랜 얼라이언스는 3개의 워킹그룹을 구성해서 기술 연구를 수행할 계획입니다. 공동 연구를 통해 도출된 기술 보고서나 백서 등의 연구 결과물은 앞으로 AI를 무선 통신 기술에 적용하고 6G를 표준화하는 등 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양한 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기업간의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기회가 될 텐데요.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과 제휴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미스트랄은 오픈AI의 유럽 경쟁사로, 오픈소스 AI 모델을 구축하고 있고요. 이번 제휴로 미스트랄은 오픈AI에 이어, 상용 대형언어모델을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 제공하는 두번째 업체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MWC에서 최대의 볼거리. 바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스타트업 ‘알레프 에어로노틱스’가 개발 중인 세계 최초의 플라잉카도 이번 MWC에서 공개됐는데요. 도로 주행은 물론이고 수직 이착륙과 비행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 자동차는 지난해 7월에 미 연방 항공청으로부터 야외 시험 허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그 외에 도심항공교통 기술 UAM의 진화도 볼 수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이번 MWC를 기점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발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정말 시장을 AI가 지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구글의 생성 AI인 제미나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이번 MWC 기조연설에서 “AI가 10년 안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번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AI 기술이나 관련 기업들의 협업 소식이 업데이트 될 수 있는 만큼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