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입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증시에 굉장히 중요한 날이죠. 한국 기업과 증시가 제대로 평가 받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되는 날인데요. 여기에 배경이 되었던 건 코리아 디스카운트, 다시 말해 우리나라 주식 시장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때 살펴봐던게 PBR이라는 개념이었는데요, 시가 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개념을 의미합니다. 즉 PBR이 크면 가진 자산에 비해 주가가 높다는 걸 의미하고, 반대로 1보다 작으면, 주가가 저평가 됐다고 보는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평균 PBR은 1.1배 정도로 파악되고 있는데요. 미국의 4.5배나 일본의 1.4배보다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PBR이 1보다 작은 기업도 1100여곳으로, 주식시장에 있는 기업들 10곳 중 4곳에 달할 정도인데요. PBR이 1보다 작다는 건 기업이 갖고 있는 돈으로 주식을 다 돌려줘도 돈이 남는다는 뜻으로, 그만큼 튼튼한 재무상태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됐다는 걸 의미합니다.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는 원인 중 하나로는 기업이 이익을 내면 주주에게 이를 돌려주는 비율, 즉 주주환원율이 낮다는 점이 꼽히는데요. 게다가 기업의 지배구조가 불안하거나 불투명한 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기업들이 주가 상승을 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포함된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기로 한 건데요.
현재까지 공개된 방안으로는 상장사들의 주요 투자지표, 앞서 전해드린 PBR뿐 아니라 기업이 자기 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를 뜻하는 ROE 등을 비교공시 하는 내용이 포함됐고요. 그 외에도 기업 가치 개선 계획을 공표하도록 권고하는가 하면, 기업가치가 우수한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를 개발해 ETF를 도입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오늘 나오는 발표를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은 1년 전에 일본이 시행했던 방식과 비슷해 보이는데요.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는 2022년 4개의 시장 체제를 3개 시장 체제로 개편하는가 하면, 같은 해 7월, 일본 기업들의 PBR과 ROE가 해외 기업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지적했고요. 작년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기업들에게 기업가치 개선 방안 실행을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증시 개편 1년 뒤인 4월에는 주가 상승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이후 7월에는 기업들 중 주주 친화적이고 자본 효율성이 높은 기업들만 모아놓은 'JPX 프라임 150 지수'를 공식 출범해서, 공적연금이나 기관 투자자들에게 이 지수를 벤치마크로 이용해 투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즉, 주주환원이 낮은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투자 대상에서 제외가 되는 거겠죠.
최근 일본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있는데는 엔화 약세 같은 거시 경제의 도움도 컸지만, 세부적으로는 저PBR 기업들의 주주가치 제고안도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일본식 밸류업 프로그램 실시 이전에는, 엔저 상태가 지속되며 기업 실적은 늘었지만 기업들은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직후인 작년 5월 데이터를 보면,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기업 가운데 약 300곳이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고요.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정책이 1년 전보다 35.7% 늘어났습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일본 상장사 1600여 곳 중 800여개 기업이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한 상황이고요. 배당 수익률도 증가했습니다.
중화권 증시도 최근 빠르게 반등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여기에도 이른바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달 말 중국 당국은 국유기업의 핵심 성과지표 항목에 시가 총액을 편입하기로 했는데요. 중국에선 국유기업이 전체 시가 총액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식에 은행과 보험, 원자재 업종 등 가치주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고요. 대표적으로 중국공상은행 주가는 올해 들어 약 14% 급등했고, 정유사인 페트로차이나와 석탄업체 신화에너지 주가도 각각 27%, 23% 급등했습니다.
이달 들어서만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H지수가 각각 7%, 10% 반등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중국 가치주들의 상승 여력이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는데요. 주가가 오랜 하락기를 거치면서 PBR이 떨어진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대표 국유은행인 중국은행의 PBR은 여전히 0.52배에 그치고 있고요. 농업은행과 중국 공상은행 PBR도 0.52배, 0.53배 수준입니다. 오는 3월 초에는 전국 인민 대표회의를 포함한 중국의 양회가 열리는데요. 올해 중국 정부의 경제운영 방향이나 GDP 성장률 목표치 등 굵직한 사안들이 발표되는 자리인만큼, 여기에서 증시 안정기금에 대한 세부적인 운영 방향까지 결정된다면,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가 더욱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합니다.
연일 고점을 경신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증시는 기업 평균 PBR이 4.5배에 달한다고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야후 파이낸스는 이런 상황 속에서 상승 여력이 있는 저평가주 5개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페이팔입니다. 지난 4분기 매출이 9% 올랐고, 작년 전체로 봐도 전년비 8% 증가했지만 PBR은 2.97배 수준입니다. 에어비앤비도 3위에 올랐는데요. 전년비 매출은 17% 상승했지만, 여전히 저렴한 주가로 인해서 최근 에어비앤비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시행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야후파이낸스는 비자도 저평가주로 꼽았는데요. 지속적인 성장과 자사주 매입에도 불구하고 주가수익비율, 즉 PER이 32배에 달하면서 최근 5년래 가장 저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늘 월렛에서는 곧 공개될 우리나라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내용 발표를 앞두고 각 나라들의 증시부양책을 정리해보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 증시 상장 기업 중 저평가된 기업까지 살펴봤습니다. 오늘 발표될 내용이 시장의 기대에 부합해서 그동안 한 달 이상 이어져 온 저PBR 랠리가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