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 일을 해서 작년에 매달 286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국민연금 수급자 11만여명이 연금액을 감액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적용현황' 자료를 보면, 퇴직 후 소득 활동으로 벌어들인 다른 소득(근로소득 또는 필요경비 공제 후의 소득)이 이른바 'A값'을 초과하는 바람에 국민연금이 깎인 노령연금 수급자는 2023년 11만799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 544만7천86명 중에서 2.03%에 해당한다.
이들이 작년 한 해 동안 삭감당한 연금액은 총 2천167억7천800만원에 달했다.
노령연금은 가입 기간이 10년(120개월)을 넘겨 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때 받는 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을 말한다.
삭감 기준액인 A값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을 말한다. 2023년 A값은 286만1천91원이었다.
현행 국민연금에는 퇴직 후 생계 때문에 다시 일을 해서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이 생기면 그 소득액에 비례해 노령연금을 깎는 장치가 있다.
1988년 제도 시행 때부터 "한 사람에게 과잉 소득이 가는 걸 막고 재정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가 그것이다.
국민연금법 63조의2(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액)에 따라 노령연금 수급자는 기준을 초과하는 소득(임대·사업·근로)이 생기면 연금 수령 연도부터 최대 5년간 '노령연금액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 금액을 뺀 금액'을 받는다.
노령연금이 적든 많든 상관없이, A값을 넘으면 삭감된다.
삭감 기간은 연금 수령 연령 상향조정(60세→65세, 2023년은 63세)으로 노령연금 수급자마다 출생 연도별로 다르다.
감액 금액은 적게는 10원,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다. 다만 은퇴 후 소득 활동을 통해 아무리 많이 벌어도 삭감 상한선은 노령연금의 50%이다. 최대 절반까지만 감액한다는 뜻이다.
삭감 기준선을 넘는 초과 소득액이 100만원 증가할 때마다 감액금액이 늘어난다.
구체적으로 A값(월 286만1천91원) 초과 소득이 '100만원 미만' (1구간) 이면 초과액의 5%를 깎는다. 삭감 액수로는 5만원 미만이다.
A값 초과 소득이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2구간)이면 5만~15만원 미만 ,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3구간)이면 15만~30만원 미만,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4구간)이면 30만~50만원 미만을 삭감한다.
A값 초과 소득이 '400만원 이상'(5구간)이면 50만원 이상을 깎는다.
이런 감액 장치에 대해 노후에 먹고 살려고 일하는 건데 연금마저 깎는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으면서 연금당국은 이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고 고령자 경제활동을 제고하려는 취지에서다.
이와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5월 급속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급변 상황을 반영해 몇 가지 공적연금 개선방안을 제시하면서, 노후에 일해서 돈 번다고 연금 깎는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