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의 면역체계가 성인 면역체계의 미성숙 버전이라는 통념과 달리 감염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백혈구인 T세포의 기능이 서로 다를 뿐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코넬대 브라이언 러드 교수와 앤드루 그림슨 교수팀은 24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에서 생쥐 면역체계 실험과 인간 태아·신생아·성인 데이터 분석를 통해 신생아 T세포가 성인 T세포와 달리 선천성 면역계와 유사하게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생아의 면역체계는 오랫동안 성인 면역체계의 미성숙 버전으로 여겨져 왔다. 성인 T세포가 항원 인식, 면역 기억 형성, 반복 감염 등에 대한 대응에서 신생아 T세포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점이 이런 생각을 뒷받침해왔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유아의 경우 성인보다 발병 사례가 현격히 적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생아 면역체계가 성인보다 약하다는 생각에 의문이 제기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생쥐와 인간에 모두 있는 면역 세포로, 특정 외부 항원을 인식하고 기억 반응을 형성하는 고전적 적응성 림프구로 인식돼온 CD8+ T세포가 신생아에서는 외부 항원 자극 없이도 감염을 퇴치하는 선천성 면역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외부 항원과 접한 경험이 전혀 없는 신생아의 CD8+ T세포가 T세포 수용체(TCR)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선천성 사이토카인에 반응하는 '방관자 활성화(bystander activation)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인 T 세포는 특정 세균을 인식했다가 나중에 이와 싸우는 적응 면역을 사용하는 반면 신생아 T세포는 선천성 면역과 관련된 단백질에 의해 활성화돼 신체가 접한 적이 없는 세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신생아 T 세포는 특히 일부 감염을 퇴치하는 데는 성인 T세포보다 오히려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러드 교수는 이 결과는 신생아 T세포가 미성숙하거나 손상된 것이 아니라 성인 T세포와 기능이 다를 뿐임을 보여준다며 이런 차이는 면역체계가 삶의 각 단계에서 가장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생아 T세포는 대부분 성인 T세포가 할 수 없는 일, 즉 감염 초기 단계에 대응하고 접해보지 못한 병원체를 방어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며 "성인 T세포와 신생아 T세포는 기능이 다를 뿐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