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수술 취소·연기 등 의료대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의료 공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와 전임의의 수련·근로계약이 갱신되는 이달 말이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대학병원은 전공의의 빈 자리에 전임의와 교수를 배치해 입원환자 관리와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 병원은 신규 환자의 예약을 가급적 제한하고, 수술 30∼50%를 축소하면서 현재 인력으로 가동한 최대 범위 내에서 병원을 운영 중이다.
일부 병원은 전공의 없는 응급실을 24시간 유지하고자 기존 3교대 근무를 교수와 전임의의 '2교대 근무'로 바꿨다. 이들 교수와 전임의들은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환자 관리, 야간당직 등을 도맡으며 진료 공백을 메우는 중이다.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은 30∼40%가량, 세브란스병원은 50%가량 수술을 줄였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수술의 45∼50%가량을 연기하며 대응하고 있다.
주요 병원은 전임의와 교수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의사들로, 펠로 또는 임상강사로도 불린다. 사실상 병원 내 전문의 중에서는 가장 '젊은 의사'인 셈이다.
이들은 2월 말을 기준으로 1년 단위로 재계약해 근무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적지 않은 전임의들이 재계약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한 상황에서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는 것이 이들을 흔들고 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전임의는 '전공의 3명 분량'의 일을 하고 있다며,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현장에서는 전공의 말년인 '레지던트 4년차'들도 집단 사직에 동참하거나, 전문의 자격도 포기한 채 병원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 말 수련 종료를 앞둔 레지던트 4년차가 병원에 남기로 결정한다면, 내달에는 전임의 신분이 된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채우던 전임의마저 이탈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전임의, 임상강사분들이 지금 전공의가 빠져나가면서 업무 부담이 굉장히 많이 올라간 것으로 안다"며 "힘드시더라도 지금 환자를 위해서 좀 자리를 지켜주십사 제가 여기서 다시 한번 부탁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임상강사는 교수로 정식 채용되기 전 계약제로 일하는 의사들이다.
전공들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날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해야 하는 약물 처방과 처치, 봉합 등 불법 의료행위에 내몰리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