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국회 열렸지만...尹 공약 '산은 부산이전' '금투세 폐지'는 무산

입력 2024-02-19 15:18
상임위서 논의 없어...총선 전 처리 '사실상 불가능'
與, 총선 판세 고려해 '불가능한 제안' 던졌나


2월 임시국회가 19일 개회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법안의 처리는 지연되고 있다. 관련 법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가 여야의 대립 속에 ‘개점 휴업’에 들어가면서다. 정치권에서는 두 법안의 총선 이전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복수의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무위 여야 간사는 이날부터 시작된 2월 임시국회 중 회의 개최 여부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는 4월로 예정된 총선 이전에 열리는 마지막 임시국회로, 선거 이전에 쟁점 법안을 처리할 마지막 기회로 여겨진다.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홍성국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 간사인)강민국 의원 측이 의사 일정 관련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안을 통과시킬 의지 자체가 느껴지지 않아, 대치가 총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무위는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해 개정돼야 하는 한국산업은행법을 소관하는 상임위원회다. 산은법 4조는 “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을 개정하지 않으면 본점 지방이전은 불가능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부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 참석해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조속히 이전해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을 이끄는 동력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국민의힘을 이끄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국민의힘에서 산은 부산 이전은 대단히 높은 최우선 순위 과제”라며 “반드시 내려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또다른 약속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야당은 금투세법의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세수 감소와 금융세제 선진화를 이유로 폐지 불가를 선언한 상태다.

한 기재위 관계자는 "민주당은 2022년에 금투세 도입을 1년 유예하는 대신 주식양도소득세를 완화하지 않기로 여당과 합의했는데, 여권이 신사협정을 위반하며 양도세를 완화하면서 (금투세 폐지를 논의할) 신뢰관계가 깨진 상황"이라며 "총선 여론을 고려하더라도 21대 국회 중 재협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여권이 합의 가능성이 낮은 산은 부산이전과 금투세 폐지를 공약한 배경에는 정치적인 셈법이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부산 시민과 주식투자자라는 폭넓은 유권자층이 환영할 만한 정책을 약속한 뒤, 여소야대 상황으로 인해 추진이 어려운 점을 부각시켜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경우 여야 합의로 총선 이전에 통과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설명도 나온다. 박재호 의원 등 민주당 소속 부산 지역구 의원 가운데 일부가 당 지도부에 합의 처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금투세와 달리 산은 이전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성과였던 금투세를 폐지하자는 제안은 지도부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면서도 "산은 부산 이전은 지역 내 여론과 예상 효과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전범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