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중 급사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7)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나발나야는 이날 독일에서 개막한 뮌헨안보회의 참석 당시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었다.
나발나야는 회의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와 외교관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고 연단에 선 뒤 "내가 여기에 나와야만 하는지, 아니면 당장 비행기를 타고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할지를 놓고 한참 생각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러나 알렉세이가 나였다면 무엇을 할지 생각했다. 그는 여기, 이 무대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푸틴과 푸틴 정부를 믿을 수 없다. 그들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한다"면서 "만약 그것(나발니의 사망 보도)이 사실이라면 푸틴과 그 주변의 모든 사람, 푸틴의 친구들, 그의 정부가 우리나라와 내 가족, 남편에게 저지른 일에 대한 벌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기를 바란다. 그날은 곧 올 것"고 했다.
또 "지금 러시아에 있는 이 악(devil)을 물리치고 끔찍한 정권을 물리치기 위해 여기 있는 모든 이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뭉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NYT는 나발나야의 연설이 2분에 불과했지만, 회의장에 있던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비롯한 청중들을 사로잡았고 나발나야가 아무런 메모도 없이 연설하면서 놀라운 평정심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나발나야의 연설에 대해 "틀림없이 인생에서 최악의 날일 텐데 그녀는 매우 강했다"며 감탄했다.
나발나야의 연설은 원래 예정되지 않았다.
뮌헨안보회의가 이날 오전 개막했을 때 러시아 언론을 통해 나발니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나발나야는 애초 각국 지도자들에게 남편에 대한 지지와 투옥의 부당함을 호소하려고 뮌헨을 찾았는데 남편이 급사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뒤 이날 오후 갑자기 연설자로 나선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과 블링컨 장관은 이날 회의와 별도로 나발나야를 각각 만나 위로의 뜻을 전했다.
나발니의 의문사로 가족은 비통에 빠졌다.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에 따르면 나발니 모친 류드밀라 나발나야는 페이스북에 "어떤 위로도 받고 싶지 않다. 우리는 지난 12일 감옥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활기 넘치고 건강하고 행복했다"고 썼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