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좀 쓰라" 했는데...춘제에도 안 쓴 중국인

입력 2024-02-16 16:16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2월 10∼17일)를 맞아 중국 정부가 소비를 독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소비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ING의 린 송 중국 애널리스트가 투자자 노트에서 "중국인들이 춘제를 기념하고 있지만 소비 심리는 약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연휴 기간 국내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전하고 있지만, 소비와 관련된 소식은 없었다.

고향인 쓰촨성 펑저우를 방문한 대학원생 리위안위안 씨도 "이전에는 여행용 가방 여러 개에 선물을 싸 들고 고향에 왔는데, 올해는 대학이 있는 저장성의 소시지 특산품만 가방 하나에 담아왔다"며 과거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춘제의 활기가 예년만 못하고 무엇보다 용돈이 줄어 선물도 줄었다고 말했다.

매년 설날 중국인들이 시청하는 중국중앙(CC)TV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춘제 완후이'(春節晩會)에서도 그간 단골 소재로 등장하던 경제와 번영, 성장 같은 주제가 빠졌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경제 둔화 영향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중시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베이징의 한 국영 항공사에서 일하는 쉬모(31)씨는 "예전에는 수입이 많아 여행과 오락, 외식에 돈을 썼지만, 팬데믹 이후로 수입이 불안정해져 해외여행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한 국영은행에서 근무하는 웨이모(33)씨는 "요즘 들어 사람들이 과거처럼 명품을 사지 않는다"며 "미래 경제 전망이 좋지 않으면 당연히 지금 가진 돈을 명품에 모두 써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여행 증가로 소비 지출 회복 조짐을 보인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블룸버그는 춘제 연휴 첫 6일간 열차 여행이 6천100만건에 달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는 블룸버그의 최근 5년 집계치 가운데 가장 높고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한 수치다.

HSBC의 프레데릭 노이먼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출 지표들이 예상을 넘었다며 "중국 소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호텔 객실 판매는 1년 전보다 60% 넘게 늘었고,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의 하루 평균 소비자 지출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약 36% 늘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핵심 목표로 내수 진작을 제시했다. 중국 상무부는 춘제 전에 자동차와 전자제품 구매를 늘리기 위한 조치를 단행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