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주환원을 위해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라는 압박이 거세지는 겁니다.
반면, 기업들은 이들의 요구대로라면 미래의 성장동력까지 담보하는 것이라며 단기 차익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반발합니다.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양측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주총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대연 기자입니다.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 5곳이 뭉쳐 연합 작전에 돌입하자 삼성물산이 철통 방어에 나섰습니다.
삼성물산은 어제(15일)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헤지펀드들이 공동으로 제안한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 안건을 의안으로 상정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 연합이 삼성물산에 5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보통주와 우선주 각각 주당 4,500원과 4,550원씩 배당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삼성물산이 지난달 말 1조 원에 달하는 자사주 소각 계획과 배당 정책을 발표했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며 배당 규모를 75% 이상 늘린 겁니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 5곳이 보유한 지분율은 1.46%에 불과한 만큼 이번 싸움이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삼성물산도 "1조 2천억 원이 넘는 현금 유출이 이뤄지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재계에서는 '기업 밸류업' 열풍에 편승한 행동주의 펀드들이 과도한 주주환원책을 요구한다며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정우용 /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밸류업을 하려면 근본적인 것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행동주의 펀드들이) 단기 수익을 올리고 빠져나가면 끝이니까 그렇게 되면 결국은 다른 소액 주주들이 오히려 더 피해를 보는 거죠.]
이에 행동주의 펀드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계속해서 상장기업을 압박할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채원 / 라이프자산운용 의장: 향후 투자계획이나 자본 배분 전략 등을 충분히 밝혔으면 이런 일이 덜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어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기업 가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으니까….]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오는 26일 공개되는 가운데, 다음 달 상장기업들은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서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한국경제TV 김대연입니다.
영상편집: 권슬기, CG: 김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