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입니다. 드디어 바로 어제, 미국 프로 미식축구의 최강팀을 가리기 위한 결승전이죠. 슈퍼볼이 열렸습니다. 미국 최대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만큼, 경기 자체에 대한 관심도 대단하지만, 경기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광고에 주목도 뜨거운데요. 시청자가 세계적으로 1억 명이 넘기 때문에, 슈퍼볼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광고판으로도 유명합니다.
지난주 수요일 실적을 발표했던 월트디즈니의 밥 아이거 CEO. “스포츠는 여전히 광고주들의 기쁨이다”라고 어닝콜에서 밝히기도 했는데요. 미디어 수요가 OTT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텔레비전 시청률이 점차 줄고 있지만, 슈퍼볼만큼은 미국에서 평균 시청률이 여전히 40%에 육박합니다. 뉴욕 타임스는 “많은 기업들이 마켓 비용 지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최근 몇 년 사이에 광고비를 줄이고 있음에도 슈퍼볼 광고 단가는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이런 현상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광고주가 기업 수익을 증대하고 브랜드를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서 거액의 광고비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슈퍼볼 광고 가격, 지난 수십년 동안 정말 꾸준히 올라왔습니다. 30초당 광고비가 2010년에는 260만 달러였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2년 연속으로 700만 달러가 넘게 책정됐는데요. 우리 돈으로 따지면 약 93억원입니다. 이렇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슈퍼볼을 중계하는 CB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에 받았던 광고 신청은 몇 주 만에 완판 됐습니다. 올해 슈퍼볼에 광고를 게재하는 미국의 배달 어플리케이션 ‘도어대시’ 관계자는 “슈퍼볼은 마지막으로 남은 초대형 대중매체 행사”라면서 “1억 명의 사람들이 광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건 슈퍼볼 뿐”이라고 했습니다.
많은 광고주들의 사랑을 받는 슈퍼볼 광고는 산업 트렌드를 보여주는 거울로도 통하는데요. 2000년대에는 인터넷 관련 기업들이 대거 등장하는가하면, 지난 2022년에는 암호화폐 돌풍에 힘입어서 코인베이스나 FTX 같은 가상 자산 관련 기업들이 슈퍼볼 광고에 대거 등장했습니다. 기업들은 광고 효과를 위해서 다양한 기술도 접목하고 있는데요. 특히 2022년 코인베이스 광고가 화제였습니다. 60초 동안 이 QR 코드가 상하좌우로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데요. 이 QR을 통해서 접속하는 신규 가입자에게 15달러 가치의 코인을 지급한다고 제시했고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해당 시점에 총 2천만 건 이상의 접속이 몰리면서 일시적인 코인베이스 접속 장애까지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슈퍼볼 광고는 어떨까요? 키워드로 정리를 해봤는데요. 첫번째 키워드는소비재 품목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에는 사탕이나 과자를 만드는 회사들이 두각을 보였습니다. 세계 1위 초콜릿 브랜드로 꼽히는 마즈는 M&M이나 스니커즈 같은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서 종종 대형 이벤트를 활용해왔었는데요. 드럼스틱 아이스크림, 너즈캔디, 린트 초콜릿 등은 이번 슈퍼볼 광고에 처음으로 참여했습니다.
또, 파파이스가 1972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슈퍼볼 경기 중간 광고를 내기도 했는데요.우리나라 제일기획의 미국 자회사인 ‘맥키니’가 이 광고를 맡아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일기획은 맥키니를 필두로 북미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실적 성장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두번째 키워드는 자동차입니다. CNBC는 이번 슈퍼볼에서 소비재 품목이 성장한 반면, 자동차 광고가 줄어들었고, 광고를 낸 일부 기업들은 전기차 홍보에 주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동안 자동차 업체들은 슈퍼볼 광고에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GM, 포드, 스텔란티스까지 이른바 미국의 자동차 빅3는 이번 슈퍼볼 광고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지난해에 있었던 자동차 노조 파업과 전기차 성장세 둔화로 인해서 긴축 경영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데요. 대신 BMW, 폭스바겐, 기아, 토요타 등이 참여해서 주로 전기차 모델을 홍보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다음으로는 AI인데요. 올해 초에 있었던 CES에서도 올해의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로 인공지능이 꼽혔었는데, 이번 슈퍼볼 광고에서도 그동안 거의 없었던 AI 관련 광고가 등장한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엣시는 ‘기프트 모드’라는 기능을 소개하는 광고를 했는데요. 선물하는 대상이나 환경을 입력하면 AI가 맞춤 선물을 큐레이션 해주는 기능을 소개했고요. 구글도 픽셀 휴대전화에 대한 광고를 하면서 AI 접근성 기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특히, 자동으로 흐릿한 사진을 보정해주는 AI 기능을 강조하는 광고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마지막 키워드, 화장품입니다. 올해 슈퍼볼은 특히 테일러노믹스의 신화를 쓰고 있는 팝가수죠. 테일러 스위프트가 가세하면서 이목을 끌었는데요. 스위프트가 NFL 캔자스시티 치프스 소속의 선수와 연인 관계에 있다보니,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할 것이고, 올해 시청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었습니다. 스위프트가 경기장에 나타나고 중계 카메라가 스위프트를 수시로 클로즈업할 것이란 예상 속에서 화장품 업계도 광고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는데, 세계 1위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의 자회사 ‘닉스 메이크업’, 브랜드 평판 1위인 ‘도브 비누’, 중저가 화장품 전문 기업 ‘엘프’도 슈퍼볼에서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30초에 7백만 달러. 그냥 듣기에는 천문학적인 수치로만 들리는데요. 뉴욕타임스는 몽클레어 대학의 메리 스콧 교수를 인용해서 “기업들은 단순히 30초 광고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게 아니다.” “광고는 4~6주간 화젯거리가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과연 올해 슈퍼볼 광고의 수혜 기업은 어디가 될지, 그 영향이 어디까지 갈지 기대되는데요. 이번 슈퍼볼을 통해 경기도 경기지만, 산업 트렌드 전반을 훑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