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화산재에 파묻혔던 고대 로마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읽어내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대회가 열리자 한 대학생 팀이 인공지능(AI)을 동원해 일부를 읽어냈다.
이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는 지난 1750년에 고대 로마 도시 헤르쿨라네움에서 발굴된 1천여개의 파피루스 문서를 말한다. 고대 빌라에서 발견된 이 문서들은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화산재 열에 그을린 데다 2천년 동안 손상을 입어 약간의 자극에도 바스러지기 쉬운 상태였다.
연구자들은 AI 기술을 이용해 문서에 적힌 내용을 확인할 목적으로 '베수비오 챌린지' 대회를 열었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집트, 스위스, 미국 국적의 대학·대학원생 3명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이 AI로 돌돌 말려있는 두루마리에서 2천개 이상의 그리스 글자를 읽어냈다.
이 팀은 주최 측이 공개한 고해상도의 두루마리 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에 AI 기계학습(머신러닝)을 적용했다. 이 방식으로 두루마리를 가상으로 펴보고, 그 속에 적힌 문자를 추정하고 확정하는 작업이 가능했다.
베수비오 챌린지는 이 팀의 연구 성과를 우승작으로 뽑고 상금 70만달러(약 9억3천만원)를 수여했다.
우승팀이 읽어낸 문서에는 마음의 평화와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쾌락주의를 설파한 그리스의 에피쿠로스 학파와 관련된 내용이 적혔다고 대회 측은 밝혔다.
두루마리의 저자는 '재화를 통한 쾌락'에 대해 논하며 "음식의 경우처럼, 우리는 결핍이 풍족보다 즐겁다고 믿지는 않는다"면서 "이런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썼다.
두루마리가 발견된 빌라는 로마 공화국의 정치가이자 율리우스 카이사르(율리우스 시저)의 장인인 루키우스 칼푸르니우스 피소의 소유로 추정되는데 그는 에피쿠로스 학파의 후원자였다.
빌라에서 상주 철학자로 일한 것으로 여겨지는 필로데무스가 이 문서를 쓴 것으로 추정됐다.
베수비오 챌린지는 헤르쿨라네움 파피루스를 해독하는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올해는 4개의 파피루스를 각각 90% 이상씩 읽어내는 것으로 목표로 10만달러(1억3천만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