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사태와 해외 부동산 리스크 등으로 바람 잘 일 없는 은행권이 지난해 실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던 2022년에 비해 대부분 가라앉은 성적을 신고한 가운데, 시중은행 1위인 KB금융과 인터넷전문은행 1위 카카오뱅크만 비교적 선방하고 있습니다.
전범진 기자입니다.
하나와 우리, KB금융지주가 차례대로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아직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신한금융지주의 추정치까지 합산한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15조1,688억원으로, 이들 모두가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2년보다 1% 가량 하락했습니다.
크게 달라지지 않은듯 보이지만, 전년대비 11% 성장한 KB금융지주를 제외하면 모두 이익이 감소한 상황입니다.
실적 악화의 배경에는 충당금 적립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부동산 PF 사업의 연쇄 도산 가능성 및 해외 부동산 투자의 적자 만기가 현실화되면서 은행, 증권, 캐피탈, 신탁 등 금융지주 내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4분기에 대규모 충당금을 편성한 것입니다.
시중은행보다 부동산 PF 노출도가 더 높은 지방은행들 역시 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했습니다.
BNK금융지주는 연간 순이익이 전년대비 18.6%, JB금융지주는 2.5% 줄어들었다고 공시했습니다.
업계 전반에 걸친 부진에도 눈에 띄는 것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업계 1위인 KB와 카카오입니다.
KB금융지주는 각종 악재에도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원화대출금이 4% 성장했고, 순이자마진이 1.83%로 전년대비 0.1% 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여기에 증권과 손해보험 등 주요 계열사가 성장세를 이어가며 그룹 전체로 4조6,319억원의 순이익을 신고했습니다.
카카오뱅크 역시 주택담보대출을 필두로 한 대출액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전년대비 35% 증가한 3549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실적 악화와 각종 리스크 확대에도 금융주들은 우상향중입니다.
주요 금융지주사로 구성된 KRX 은행주 지수는 연초대비 12% 상승하며 52주 최고가에 근접했습니다.
정부의 '저PBR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호응한 금융사들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확대 등 강도높은 주주 환원정책을 발표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보다 2배 증가한 3,000억원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발표했고, KB금융도 지난해보다 4% 늘어난 주당 306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자본시장에서는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져가 자기자본의 12%에 달하는 만큼, 미국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규모 손실이 확정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한국경제TV 전범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