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玉)돌의 1원칙…"기본은 현금이다" [이슈N전략]

입력 2024-02-07 08:28
수정 2024-02-07 08:36
"현대百, 부채비율 낮고 자사주 보유 업계 1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에 끓어오르던 투심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일제히 급등했던 저PBR 기업, 즉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 보다 적은 기업 주가가 종목별 장세에 접어든 거죠. 소위 옥석가리기에 들어간 셈인데, 박 기자, 옥돌인지 그냥 자갈인지 구분하는 방법, 뭐가 있을까요?


당장 현금을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입니다. 기업 각각의 '의지의 차이'가 아무리 중요한들 결국 실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의미겠죠.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면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 중 부채비율과 현금흐름 등이 양호한 기업을 골라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롤 모델 격인 일본의 사례를 들여다봤을 때 어느정도 규모를 갖춘 대형주 이어야 외국인들의 투자금이 들어오기 쉬웠고, 또 수익성이 탄탄하게 받쳐줘서 주주환원을 늘릴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주가 재평가에 중심이 됐다는 거죠.

이 기준으로 따져보면 은행과 증권, 자동차, 그리고 유통업종을 눈여겨 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이들 업종 가운데에서 최근 신고가 종목이 잇따랐죠. 와중에 유통가는 비교적 미지근한 상태인데요. 기관들의 투심에서 살짝 빗겨 나 있었기 때문인데, 키움증권은 유통 업종 중에서도 현대백화점을 최선호주로 꼽았습니다.


실제로도 단순히 PBR이 낮은 주식을 모아들이는 재료는 어느 정도 쓰임을 다한 모양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 각각의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여력을 기준으로, 골라서 담으라는 조언으로 정리할 수 있겠군요. 다만 걱정인 건 아직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가, 유통 기업들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이다 보니 당장 현금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유통 기업들은 부동산 자산이 많은데 비해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PBR이 낮은 대표적인 업종에 속합니다. 직전 거래일 기준 롯데쇼핑 0.22, 이마트는 0.17로, 대규모 매장을 여러 곳 가지고 있을수록 PBR이 낮죠. 최근의 주가 강세에도 PBR이 꿈 쩍도 안하는 이유인데, 유통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늘리려면 자산을 팔아서 여윳돈을 챙겨야 합니다.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경우에는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가 풀리고 난 뒤 적극적으로 비효율 자산을 정리한 다음에야 가능하겠지만 현대백화점은 그렇지 않은 데다 부채비율도 낮아서 한발 빠른 주주환원책이 기대된다는 설명이죠.

높은 자사주 지분율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총 발행주식 수 대비 6.6% 수준으로, 주요 유통 기업 중 가장 높습니다. 지주회사로의 체제 전환 이후 배당 확대 의지도 강하다는 게 증권가 판단인데요. 지배구조 정리를 마친 만큼 그룹사 전체의 투자 계획을 효율화해서 아낀 자원을 주주환원에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주가가 오르는 것은 좋은 일이겠습니다만, 기업 내 의사 결정을 당장 바꾸긴 어려울 겁니다. 섣부른 기대는 금물인 이유죠. 무엇보다 유통기업들의 PBR이 낮았던 이유는 자본 상의 특징도 있었겠지만 산업 자체가 쪼그라든 탓도 있을 테니, 결국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한 한계가 있겠죠?


당장 오늘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될 예정인데요. 시장 예상치는 영업이익 921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보다 34% 증가한 수준입니다. 유통업계는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본격화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인데요.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이 줄면 구매력 개선으로 이어져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될 것이란 예상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연저점이었던 지난달 22일부터 어제까지 주가가 27% 올랐습니다. 주가 상승은 외국인들이 주도했는데, 12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230억 원어치 넘게 사들였습니다. 최근 주가 급등세를 보였지만 증권사 목표가 평균인 7만 7천 원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25% 가까이 싼데요. 최근 주가가 쉬어가는 국면일지, 하락세로 돌아서는 지점인지 갈림길에 선 상황입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