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조기에 인하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다시 강조했다. 섣부르게 금리를 인하할 경우 안정세를 찾아가는 국내 물가와 부동산 가격 등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 총재는 1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2024년 한국경제 전망’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이 크고 주요국 대비 높은 생활물가 오름세를 감안할 때 긴축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섣부른 조기 금리 인하 시 물가와 부동산가격 상승의 기대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향후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물가, 금융안정 등의 데이터를 확인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적어도 6개월 이상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금리 조기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소비 회복세는 더디나 수출 개선으로 성장세가 작년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가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6%에서 올해 2.6%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반도체와 자동차, 기계류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상회하고 있으며 소비는 심리가 개선되고 있지만 회복 모멘텀이 예상보다는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구조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 총재는 “부동산 PF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지속적인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며 ”가계부채 문제도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과의 교역구조 변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중 교역구조가 과거 보완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변모하고 있다”며 “우리가 그동안 누려온 중국 성장의 수혜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주요국 대비 높은 제조업 비중과 중국 의존도를 탈피해 산업의 다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잠재성장률 확대를 위해 인구구조의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0년간 균형발전정책에도 지역 인구가 유출되고 있으며 산업 경쟁력도 저하됐다”며 “수도권 집중 완화 및 출산율 제고를 통해 잠재성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