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과 충남에서 장거리를 탄 택시 승객이 택시비를 '먹튀'(무임승차)하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졌다.
31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1시 46분께 택시기사 A(60대)씨는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역 앞에서 50대로 추정되는 남성 승객 B씨를 태웠다.
B씨는 "배를 타는 선원인데, 도착지에 다다르면 선주가 택시비(35만원)를 갖고 나오기로 했다"고 했고 A씨는 전남 목포 북항 선착장 근처까지 B씨를 태우고 갔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한 B씨는 택시에서 내려 선주를 기다리는 척하더니 골목으로 달아났다. A씨는 B씨가 다시 올 것이라 믿고 한 시간을 더 기다린 끝에 돌아갔다. A씨는 결국 그날 회사에 납입해야 하는 18만원을 내지 못했다.
화가 난 A씨 아들은 온라인커뮤니티에 이를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A씨 아들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일을 하시는 아버지가 '먹튀범'을 기다리시다가 그날 하루 종일 돈도 못 벌고 자정 가까운 시각에 집에 들어오신 것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면서 "사람을 믿고 목포까지 간 아버지에게 사기를 친 승객이 너무 괘씸하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0시께 대전역 앞에서 20대 커플을 태우고 인천 서구 석남동까지 간 택시기사 C(40대)씨도 '먹튀'를 당했다.
이들 승객은 C씨에게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계좌이체 할 테니 꼭 태워달라"고 사정했다. C씨는 이들의 연락처를 받고 이날 오후 5시까지 택시비 20여만원을 입금한다는 약속도 받았지만, 연락이 두절됐다.
C씨는 결국 경찰에 이들을 신고했다. C씨는 "가해자들 때문에 이틀을 공치는 바람에 회사 납입금 약 30만원도 내 돈으로 메꿔야 했다"며 "그런데도 택시 무임승차 벌금이 1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택시 무임승차는 경범죄처벌법에 해당해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량이 약하고 비교적 소액이라 피해 기사들은 경찰에 잘 신고하지 않는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민사소송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택시기사 개개인의 피해 금액은 비교적 소액이라고 하더라도 무임승차가 누적되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커지는 것"이라며 "소액이라도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해야 가해자에게 형사·사법기관이 움직인다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가해자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다"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택시기사 스스로도 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지만, 무임승차나 경범죄에 대한 형벌체계도 지금보다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