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투자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입니다.
현재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두고 접전을 펼치고 있는데요.
애플은 '아이폰 신드롬'에 힘입어 지난 2012년 왕좌에 오른 뒤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빼앗겼던 2018년도 한 차례를 제외하고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1위' 타이틀은 2023년 AI(인공지능) 열풍이 불어 닥치면서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열풍을 주도한 거대언어모델(LLM) '챗GPT'의 개발사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AI 주도주로 급부상하며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56.8% 불어났는데요. 같은 기간 애플의 시가총액도 48.2% 늘었지만,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마이크로소프트와는 달리 주력 시장 중 한 곳인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꾸준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두 기업의 희비가 엇갈린 겁니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왜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주목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가총액이 높다는 것은 그 기업의 현재 실적이 뛰어나거나 혹은 미래의 성장 여력이 높아 고평가를 받고 있다는 뜻으로, 투자하는데 있어 훌륭한 보조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의 변화에 따라 미래에 어떤 기업이 시장 트렌드를 주도할 것인지 예측하고 한 발 앞서 투자하는 거죠.
앞서 2024년 1월 12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장중 한때이지만 애플의 시가총액을 추월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1, 2위 순위가 바뀐 것이 아니라 미국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트렌드가 스마트폰에서 AI로 넘어가고 있음을 예고한 것이었죠.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불과 10거래일 뒤인 1월 26일 종가 기준으로 애플의 시가총액을 넘어섰습니다.
그렇다면 왜 미국 주식시장일까요?
현재 전 세계에는 5만8,200여 개에 달하는 기업이 상장돼 있습니다. 이 기업들의 시가총액 총합은 약 97조8,700억 달러, 우리 돈 14경 원에 달합니다.
그리고 전체 시가총액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미국 주식시장입니다.
설 특집 바이아메리카에선 미국 주식시장의 역대 시가총액 1위 기업 변천사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어떤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기 될지 알아보려 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1900년대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미국의 산업은 1800년대부터 1900년대 초까지 서부 개척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철강과 철도, 금융 업종이 황금기를 보냈습니다.
뒤이어 맞이한 1920년대. 미국은 'Roaring Twenties', 즉 '광란의 20년대'라고 불릴 만큼 경제·사회 양면에서 큰 성장을 이룹니다.
이때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을 살펴보면 에너지 및 제조업 회사 제너럴 일렉트릭(GE)과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GM), 철강 회사 US 스틸, 대표 소비주인 코카콜라 등이 자리했는데요. 이들 면면만 봐도 당시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검은 목요일'로 불리는 1929년 10월 24일을 기점으로 1933년까지 사상 초유의 대공황을 겪게 되는데요.
수많은 은행들이 파산하고 기업들이 줄도산하면서 실업률은 25%로 치솟았고, 미국 GDP는 4년새 36%나 급감했습니다.
다우 지수 역시 1929년 9월 3일 최고치를 경신한 뒤 끝없이 추락하며 1932년 7월 8일 고점 대비 89.2% 폭락합니다.
미국은 1939년 9월부터 1945년 9월까지 6년간 이어진 세계 2차대전을 소화하며 장기간 침체기를 보낸 뒤 1946년 종전이 선언되고 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이루어지고 나서야 다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회복을 마치고 접어든 1960년대는 그동안 미국 경제를 견인했던 자동차와 인프라 산업에서 컴퓨터 산업으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가는 과도기였습니다.
통신 업계 거물인 AT&T와 미국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00억 달러를 돌파한 제너럴 모터스로부터 컴퓨터 제조사 IBM이 왕관을 넘겨 받았는데요.
컴퓨터 산업 집권기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컴퓨터 산업의 부흥기를 이끈 IBM은 1968년부터 1994년까지 무려 27년 동안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당시 IBM이 개발한 컴퓨터는 전 세계 정부와 수많은 기업에 납품됐을 뿐 아니라 가정에도 판매됐습니다.
90년대에도 컴퓨터 산업의 강세는 계속됐지만 산업 내에서 큰 변화가 발생합니다. IBM이 주도하는 하드웨어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트렌드가 넘어간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우리에게 친숙한 'Windows' 운영체제와 'Oiffce'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어 2000년대 초에는 닷컴 버블로 기술 기업들이 크게 휘청입니다. 기술주들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동안 에너지와 제조업에 집중하던 제너럴 일렉트릭이 사업다각화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시가총액 1위 빈자리를 차지했는데요.
그러나 강점이었던 제조업을 제쳐두고 금융업에 집중하면서 힘을 잃고 주가가 급락해 2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다시 1위를 내어주게 됩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주식시장 전통 강자인 정유 기업들 치고 올라왔는데요. 석유왕 록펠러가 설립한 스탠더드오일의 후신인 엑손모빌이 2005년부터 6년간 1위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와 항공, 수송 부문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엑손모빌, 셰브론 등 정유주들 시가총액도 불어났습니다.
그러나 엑손모빌의 집권기는 2010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주축이 석유 수요의 핵심이었던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석유 산업에 대한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웠기 때문인데요.
이후 계속된 주가 하락에 엑손모빌은 지난 2020년 다우 지수 30개 종목 리스트에서 92년 만에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합니다.
증권 업계에서는 엑손모빌의 다우 지수 퇴출을 두고 100여 년간 주식 시장의 한 축을 유지했던 '석유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시가총액 1위 기업들 살펴보겠습니다.
엑손모빌에 이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것이 바로 애플입니다.
아이폰에 이어 아이팟, 맥북,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 여러 제품이 출시할 때 마다 대성공을 거뒀고, 이에 더해 애플스토어, 아이튠즈, 애플TV 등 서비스 부문에서도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며 시가총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는데요.
2000년대 초 50억 달러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은 23년이 지난 지금 3조 달러 수준으로 무려 600배나 성장하게 됩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부문에서 모두 큰 성장을 거두며 애플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 기업들 변천사를 살펴봤는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까요?
월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2030년에 시가총액 1위에 오를 수 있는 기업 3곳을 추려봤습니다.
먼저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향후 AI 산업의 가파른 성장에 힘입어 AI 업계 선두주자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도 급증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다음은 놀랍게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잘 알려진 아마존인데요. 현재는 1조 6천억 달러 수준으로 시가총액 5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전자상거래, 아마존웹서비스 등 아마존이 영위하는 사업 대부분이 AI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 향후 AI 산업 성장에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아마존웹서비스는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점유율 33%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세 번째 후보는 엔비디아입니다. 90%에 달하는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이미 지난해에만 시가총액이 240% 가까이 불어난 바 있는데요. 이러한 성장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입니다. AI 산업이 성장함에 있어서 기업들의 엔비디아 의존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가총액 1위 유력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반면 후보에 애플과 구글이 없어 놀라신 분들이 있을 텐데요.
애플과 알파벳은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 후보에는 올랐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1위를 차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애플은 앞서 소개한 것처럼 시가총액 1위의 버팀목이었던 하드웨어 매출이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알파벳 역시 검색 엔진 구글과 스트리밍 플랫폼 유튜브에서 얻는 트래픽 비용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는 점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과거 시가총액 1위의 영광을 누렸던 제너럴 모터스, AT&T, 제너럴 일렉트릭, IBM 등은 더 이상 시가총액 상위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2월 1일 기준으로 AT&T, 제너럴 일렉트릭, IBM은 40위 권 밖으로 밀려났고, 제너럴 모터스는 170위권까지 추락했습니다.
반면 1997년 당시 파산 위기에 처했던 애플은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성장했는데요.
멀지 않은 미래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오를 기업을 찾아 한 발 앞서 투자해보는 것 어떨까요?
영상편집, CG :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