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전 마스크 판매 사업을 시작했고 폭리 목적이 없었다면 물가안정법상 매점매석 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4일 물가안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마스크 판매업체 대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4월 매입한 KF94 마스크 3만2천개 중 1만2천장을 같은 해 7월 14일까지 사무실에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기획재정부의 '마스크 및 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2020년 1월 1일 이후 영업을 시작한 사업자는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매입한 날부터 10일 이내 판매·반환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물가안정법이 금지하는 폭리 목적의 매점매석을 한 것으로 간주됐다.
A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폭리 목적이 없었고 2020년 1월 1일 이전에 영업을 개시했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A씨는 2019년 5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에 방진·보건용 마스크에 대해 입찰 참가 자격을 등록하고, 그해 10월에는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쇼핑몰에 마스크를 판매하겠다며 물품등록을 해 조달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판매 신고·승인에 관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위반한 혐의까지 더해져 1심에서는 벌금 800만원, 2심에서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2심 법원은 "마스크 매출 내역이 2020년 2월 6일부터 발생했고 2019년 12월 31일 이전에 마스크 재고를 보유했거나 마스크 매출을 발생시켰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2020년 1월 1일 이후 영업을 시작한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영업'은 해당 사업자에게 실제로 판매 또는 생산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직접적·구체적으로 판매 또는 생산행위에 착수한 경우는 물론 객관적으로 판매 또는 생산을 위한 준비행위를 한 경우라면 널리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에 "2019년 10월경 조달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구체적·직접적인 영업행위를 시작했다고 볼 여지가 많고 단지 예상하지 못한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실제 판매에 이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며 "2019년 1월 1일 이후 신규 영업을 한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아울러 A씨가 마스크를 판매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고 시장 단가와 비슷하게 판매했던 점 등을 통해 볼 때 폭리 목적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