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입니다. 주가지수가 손실 발생 구간 아래로 떨어질 경우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을 ‘스노우볼’ 파생 상품이라고 합니다. 최근 중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이런 상품들이 강제 매도되는 사태가 촉발돼 중국 증시 폭락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중국의 벤치마크인 CSI 300지수는 2020년 이후 가치가 3분의 1 이상 사라졌고, 이제 4년 연속 하락기에 진입해 있습니다. 중국의 많은 대기업이 포함된 홍콩 항셍지수도 올해 이미 10% 하락해 아시아 주요지수로는 최악의 실적을 보이고 있는데요. 로이터 통신은, 이렇게 주식이 폭락하자 중국 주가지수와 연계된 수십억 달러 상당의 파생 상품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시장 참여자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주식이나 선물 계약을 매도하다보니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CNN은 중국 증시가 1월 기준으로 2016년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을 보였다고 분석했는데요. 2019년 1월에도 주가가 추락했지만 같은 달 급반등 했고, 2021년까지 전반적인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올해에는 2021년과 달리 증시 급반등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 원인으로는, 코로나19 방역 해제 이후 중국 경제가 기대만큼 반등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수출과 수입은 전년대비 각각 4.6%, 5.5% 감소했으며, 외국인 직접 투자도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의 리창 총리는 최근 열렸던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의 2023년 GDP가 5.2% 성장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목표치였던 5%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2022년 3% 성장을 달성했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존재하며, 코로나 이전에 달성했던 평균 6% 중반대의 성장률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로이터는 2024년에는 더욱 둔화된 4.6%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팬데믹 시기부터 시작됐던 부동산 침체도 중국 증시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지난12월 부동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7% 하락했는데요. 이는 11월의 9% 감소보다 정도가 심화된 것이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대도시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지역들의 집값도 하락하고 있으며, 다수의 부동산 기업들이 사실상 파산 사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동산은 중국 전체 경제의 약 25%를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인데요. 따라서 부동산 침체는 경기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경기 침체와 함께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서도 지난 22일 중국 중앙 은행인 인민은행은 올해 첫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사실상 기준 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를 1년 만기는 연 3.45%, 5년 만기는 연 4.2%로 동결한 건데요. 바클레이즈는 이를 두고 “미국과의 금리차를 유지해서 환율을 최대한 방어하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가 예상을 초과해 상승하는 등 경기 호조가 나타나며 3월 예정된 연준의 FOMC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은 작아졌죠. 이에 달러 강세가 나타났고,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올해 들어 약 1.3% 하락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빠져나가고, 이로 인해 통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블룸버그는 “이르면 1분기 금리가 완만하게 인하되고, 은행 지급준비율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는데요.
그리고 바로 어제였죠. 실제로 중국이 침체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 은행의 지급 준비율을 0.5%p 인하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로써 1조 위안, 우리 돈으로 186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2월부터 중국의 지준율은 10.5%에서 10%로 내려가게 됐습니다. 지준율은, 중국 은행이 예금 중 인민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중으로, 지준율을 낮춘다는 건 은행이 시중에 풀 자금이 늘어 유동성 공급 효과를 냅니다. 이 때문에 지준율 인하는 기준 금리 인하와 함께 대표적인 통화 완화 수단으로 꼽히는데요. 인민은행이 이처럼 지준율을 내린 건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입니다.
이 같은 발표 하루 전날인 23일에도 블룸버그는, 중국이 2조위안, 우리 돈으로 428조원 규모의 ‘증시 안정화 기금’을 조성해서 중국 증시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전날 리창 중국 총리가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주식시장 안정과 투자자 신뢰 회복을 강조”하면서 강력한 조치를 촉구한데 따른 대응책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에 대해 “장기간의 부동산 침체 및 주가 급락으로 큰 타격을 본 개인 투자자들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라면서도 “이번 조치가 증시 급락을 저지하기에 충분한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 주가 흐름도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22일 기준금리 동결이라는 소식에 시장 실망감이 커지며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23일과 24일 잇달아 경기 부양책이 나오면서 중국 증시는 이틀 연속 상승하는 흐름이었는데요.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도 살펴보면, 알리바바와 핀둬둬, 바이두와 넷이즈 등이 오늘 장에서 2%가까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여줬습니다. 올해 초부터 최근 한 달 동안은 대부분 하락하는 추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증시 부양책들이 나왔던 1주일 평균 등락률은 대체로 상승 전환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연초에 큰 부침을 겪고 있는 중국 증시. 과연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증시가 다음달 춘절 연휴 전에 바닥을 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반면, 골드만삭스 등 외부에서는 중국 증시가 본격 반등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낮은 밸류에이션은 부각됐지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 앞으로 중국의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 의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